2019년 5월 질문서점 인공위성 서울독서회 <질문이 공전하는 시간> 첫째 주 – 비행기 구름 “과연 의미 없는 날개짓이 있을까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어두컴컴한 술집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지적이고 보기 좋은 농담을 주고받았는데 봄 세상이 좀 달콤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어느 날 자리에서 눈을 뜨니 재미없는 인간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안 된 채로.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이 이상이 될 수 없으리라는 불안감을 안고. 은지와 소윤은 또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가진 것 중 가장 빛나는 것을 지금 막 잃었다는 것을 p.250-251

2019년 5월 인공위성 독서회 <질문이 공전하는 시간> 첫 주. 비행기운

Q. 과연 의미 없는 날개짓이 있을까요?

슬기:의미가 없다는 말이 말 그대로 의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아 의미가 없다는 말버릇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로 느껴졌어요. 또 날개짓에는 본인의 의사가 있고 행동으로 옮기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의미없는 날개짓’이라는 표현이 모순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미없는 날갯짓은 없을 거예요.하지만 제 인생을 보면 의미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머리로는 의미 없는 날갯짓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제 인생에서 적용하면 의미 없는 일이 존재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도 흔히 아, 이건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둘 사이에 괴리가 좀 있어요(웃음).

스루이:오점이라도 나중에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 내포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러 모든 것을 의미 있게 하라는 뜻이 아니라 과거에 의미가 없던 일이라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의미가 얽혀있다고 느꼈습니다.나는 20대를 열심히, 치열하거나, 사서 고생하거나, 열정적으로 산 것 같지는 않아요. 그냥 아르바이트를 하면 하루 벌어 하루하루 써버리는 식으로 미래를 보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많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돈 걱정 때문에 여행을 한 번도 못 갔고 교환학생도 한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다르게 보면 40대, 50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비 효과처럼 어떤 작용이 일어날까 싶기도 해요.

귤 : 날갯짓이 행동이기 때문에 의미없는 행동이라고 이해했습니다. 나는 의미 없는 행동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중에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의미 없는 행동들이 쌓여 나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자주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날개짓이라고 하는 것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는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민철: 질문을 보고 떠오른 이미지가 하나 있어요. 날개짓이라 새의 모습이 연상되고, 그 중에서도 둥지에서 날개짓을 연습하고 있는 작은 새가 생각났습니다. 동물 다큐멘터리를 즐기고 있는데 의외로 깊은 인상이 남은 것 같아요. 봤을 때는 “귀여워” “앞으로 잘 살 수 있을까?” 단편적으로 남은 기억이 그 질문을 보고 단번에 떠올랐습니다. 세상은 험난하지만 작은 새가 새 출발을 하면 앞날이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드네요.

Q. 서윤이와 은지는 언제부터 왜 어긋나게 되었을까요?

슬기:어떤 지점을 고르기가 애매한 것 같아요. 혹시 여행을 하면서 체력이 없으니까 몸이 힘드니까 예전 같으면 참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신경 쓰이거나 짜증이 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책에서 언급된 사건 중에서 꼽자면 갑자기 호텔 니약을 따로 숙소를 옮기려다 쌓인 감정이 폭발한 것은 아닐까요?

슬이: 그럼 소윤이 입장인 거예요? 은지가 아니라?

슬기: 그렇습니다, 사실 두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 똑같이 생각하고 사는구나 했는데. 은지가 갑자기 호텔을 고집할 때 감정이 상한 서윤도, 숙소를 옮기자고 제안하자 서윤의 굳은 표정을 보게 된 은지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슬이: 저는 서윤 입장에서 계속 봤는데 은지가 짜증나는 포인트가 많았어요(웃음). 여행지에 도착해서 이동하는 동안 캐리어 바퀴 소리가 크다고 했잖아요. 그때 좀 짜증났을 거예요. 큰 캐리어를 가지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여행에 설레고 귀엽네’ 정도로 봐주셨지만 도착하고 나서는 여독도 있고 피곤한 상태에서 캐리어가 신경 쓰이기 때문에 ‘얘는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본 적이 없나?’라고 마음속으로 한심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여행할 때 편안한 것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 그 점이 매우 답답해 보였어요.

그렇다면 여행 초반부터 그렇겠군요(웃음)?

슬기:그때 임계점까지는 안 갔는데 조금 쌓였어요. 미움받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귤 : 저는 반대로 은지의 입장에서 읽었습니다. 소윤이 잔 불평불만을 늘어놓습니다. 그 부분이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싫으면 혼자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데 그걸 공감해 달라는 게.. 마지막에 은지가 운 것도 그동안 참았던 게 폭발한 거예요. 짐이 많아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도와주지 않으면서(웃음). 그래서 저는 은지가 많이 참은 것 같아 신경이 쓰였습니다.

노글: 여자들은 공감하는 이야기 같은데 과연 남자들이 보면 어떨까 궁금했어요. 물론 심리에 대해서 각자의 입장을 서술해서 어느 정도 따라오겠지만 아주 세세한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철 씨는 어땠어요?

민철: 일단 여행을 가면 남자든 여자든 굉장히 예민해질 거예요. 물론 러브한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고 관계가 돈독해질 때도 있지만 사소한 것들 때문에 불편해지고 쌓인 것들이 폭발하고 나쁜 이야기를 하게 되어 여행을 망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별에 따라 그 양상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여행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일상이 되면서 각자 성별의 모습이 다르겠지만 여행을 가면 공통점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노구루 : 음, 대답을 들어보니 이 질문도 제 편견이네요. 내가 생각하는 사이가 나빠진 결정적인 계기는 여행 그 자체입니다. 소윤이는 여행을 거절했지만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기점으로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으니까요. 여행지 숙소에서 은지가 남자친구와 연락한 후 소윤에게 당신은 왜 남자친구에게 연락하지 않느냐고 물어봅니다. 그렇다는 건 은지가 소윤이의 이별 소식을 모른다는 거잖아요. 그런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여행이라는 민감한 상황에 놓이자 모든 게 결정적인 순간처럼 보였어요.(웃음) 만약 두 사람이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 관계는 계속 유지되지 않았을까요?

Q. 본인이 상상하는 결말이 궁금해요!

민철 : 작가도 못한 일을…(웃음)! 개인적인 느낌은 대학 친구라는 것이 중요한 단서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직장 동료라면 목례 정도는 하고 지내겠지만 대학 친구니까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될 것 같아요.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각자의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노글: 그렇습니다. 서로 생활의 층위가 다르기 때문에 대학 이외에는 겹치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귤 : 결말이 너무 다양한 것 같아서 한 가지만 말하기는 어렵네요. 민철 씨 말씀처럼 만나게 된 계기가 대학이었기 때문에 졸업 후에는 각자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친구 다빈이와 지금까지는 조금 어긋난 삼각형으로 관계를 맺었다면 그 이후에는 균형 잡힌 정삼각형으로 관계가 변화해서 보내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세 사람이 가장 친했기 때문에 지금은 간격을 조정해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지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나글: 다빈이는 이름으로만 등장하잖아요. 그래서 큰 비중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관계에서 숨겨져 있는 점처럼 존재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면 다빈이 중재 역할을 해왔다는 언급도 있으니까요.

슬이: 저는 소윤이와 은지가 몇 달 정도 지나서 아무렇지 않게 지낼 것 같아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그때 내가 왜 그랬지?’라고 돌이켜보고 좋았던 기록은 있잖아요. “이때 얘가 잘해줬는데 조금만 참았어”라고 후회한 뒤 누군가 먼저 “밥 먹었어?”처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것 같아요. 또 친해져도 이걸 계기로 잘 싸우기도 해요. 그 과정에서 다빈이는 소외되고 둘이 더 친해질 것입니다.

슬기:혹시 그런 경험이 있어요?

스루이 : 경험은 없지만 동생과 여행을 가서 싸운 적은 있습니다. 혈육관계인데 평소 친구처럼 지내다 보니까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싸우고 3개월 정도 후에 “야, 밥 먹었어?”라고 먼저 연락해서 쌓인 감정을 풀었던 기억이 납니다.

슬기: 제가 만약 은지나 소윤의 입장이었다면 친구들과 독대해서 힘들었다고 얘기하기가 무서울 것 같아요. 상대방이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제가 그때는 이랬던 것 같은데 먼저 미안하다고 할 것 같아요. 그럼 그 친구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알 거예요, 뭐 때문에 궁금했는지. 그러면 그 친구도 ‘나도 그때 이랬었는데 미안하다’고 얘기하면서 서로의 감정이 잘 풀릴 것 같아요.

노글: 이 과정이 정석이잖아요(웃음)? 대화를 통해 조금씩 마음이 풀리고 오해를 이해하게 될까요?

슬기:대화는맞지만상대방에게말을걸는방법이저는먼저미안하다는거죠. 네가 이렇게 감정이 상했다고 설명하기보다는.

나구루 : 그건 대화 방식의 차이인 것 같아요. 상대방의 나쁜 점을 들어 비난하는 방법이 있다면 누군가 먼저 구부려 관계를 복원하는 방법이 있을 테니까요.말씀하신 모든 결말을 이해할 수 있고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심정상 그랬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게 있어요. 두 친구가 나름대로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잖아요, 장점과 매력을 잘 알아주는 동시에 단점도 굉장히 잘 아는 사이니까요. 편하게 일기를 읽으면서 이야기했듯이 꼭 일기가 매개되지 않더라도 지금은 대화라는 방식을 통해서 서로에 대한 평가보다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면서 마음을 풀어나가면 좋겠다는 것은 있습니다. 이럴 줄은 몰라요.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관계에 대해 고민하면서 결론을 내린 부분을 접하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그동안 서윤이와 은지가 그랬던 것처럼 장난스럽게 하대하곤 했습니다. 앞으로는 좋은 말을 더 해주고 싶고 관계에 구멍이 나지 않도록 잘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두 친구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이 관계가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요?

슬기:또 지금은 그 친구의 어떤 점이 싫지만 시간이 흘러 제가 싫어하던 그 행동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리고 상대방을 용서하게 되고 지금은 몰랐던 것을 알게 되어 미안해 할 것입니다.

은지는 MP3플레이어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찾아 재생 버튼을 누른 뒤 불을 껐다. 은지는 푹 자듯 누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연주곡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1700년대 바흐가 작곡한 음악을 2000년대 캄보디아에 온 한국 여성이 1900년대 글렌 굴드가 연주한 앨범으로 듣는 거야.’이상해서 놀란다’라고 생각했다. 세계는 원래 그렇게 ‘만나지 않고’ ‘만날 줄도 몰랐다’는 것이 ‘만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고.’ p.277

#질문이 헛도는 시간은 무엇입니까?

<질문이 공전하는 시간>은 매월 선정되는 블라인드북을 낭독으로 함께 읽고 이달의 질문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입니다. 책을 미리 읽어오지 않아도 독서모임이 처음이라도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2시간 중 절반은 낭독을 하고 나머지 절반은 각자가 쓴 질문을 제비뽑기로 골라 답하며 이야기를 나눕니다.독서모임이기 때문에 책은 반드시 구입해야 하지만 구입하면 기부자의 이야기가 적힌 질문소책자(판매가 2,000원)를 무료로 드립니다. 기부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 책과 질문을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세요!

#5월 질문은 어떻게 뽑게 되었나요?

매월 선정하는 질문은 그 계절에 적합한지, 당시의 화제를 담고 있는지, 여러 사람과 만날 때 이야기가 풍성해지는지 고려하여 선정합니다. 기부할 때는 질문과 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질문을 담은 책의 내용도 선정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5월의 질문 #과연 의미없는 날개짓이 있을까요? 행복하기를 바라는 삶에서 불행을 만났을 때 당신에게 거는 질문입니다. 불행한 과거 또는 현재가 그저 의미가 없고 지워야 할까요? 인생은 행복의 연속이 아니라 불행 속에서 순간 머리를 내미는 행복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해요.

#”과연 의미 없는 날개짓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기부자분은 어떤 대답을 하셨나요?

비행기 단편은 이야기가 끝났지만 모두 결말이 없습니다. 현재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에서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어떤 희망조차 찾지 못하고 그냥 그 이야기 속에 그대로 남기고 나온 것 같았습니다. 현실에 끌리면서 아픈 시간을 보낸다면 언젠가 주인공들도 하늘을 날 수 있지 않을까요?더 나은 세상을 향한 막연한 동경과 바람으로 인해 지금 처한 현실이 더욱 어둡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렇게 비행할 수 있도록 다듬어지고 단단해진 것은 아닌지.. 비록 지금은 어둡고 막연한 현실 속에 있지만 그 또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이 시간이 쌓여 날개 돋우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라고 희망을 갖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으니까요.

#질문서점 #인공위성 2019년 5월의 질문’ 과연 의미 없는 날개짓이 있을까요?”

서울독서회 주차별 테마 :

첫째주 : 비행기 5월 8일 수요일 / 5월 11일 토요일 / 둘째주 : 내 자리는 어디로 5월 15일 수요일 / 5월 18일 토요일 셋째주 : 멀리 뛰어올라 5월 22일 수요일 / 5월 25일 토요일

질문서점 인공위성 5월 서울독서회 신청 https://forms.gle/M7jFED5c1ow5kbWy6

질문서점 인공위성 2019년 5월 서울독서회 참가 신청을 받습니다. [질문이 공전하는 시간]은 인공위성에 질문과 함께 기부된 책을 함께 읽고 한 달 동안 하나의 질문을 나누는 독서모임입니다. 이번 달 질문은 ‘과연 의미 없는 날개짓이 있을까요?’입니다. 5월, 세계를 향해 날개짓을 시작해 봅시다.                 ● 5월의 도서: 블라인드북 #27 ● 주차별 주제: 첫째 주: 비행기운 둘째 주: 내 자리는 어디로 셋째 주: 멀리 날고 ● 모임 시간: 낭독/고요한 모임 각각 개설 예정… forms.gle 문의: 인공위성(070-4642-0255, 수~일 오후 12~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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