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지라시’ 전달만 해도 처벌받을까

연예인 ‘지라시’ 전달만 해도 처벌받을까

남기엽 변호사

[남기엽 변호사의 의외의 유죄, 상식 밖의 무죄] 연예인 ‘전단지’ 전달만으로도 처벌받는다.

법대로 생각해야 할 시민 vs 배운 대로 법을 적용하는 법조계가 두 사람의 인식 차이는 의외로 큽니다. “이건 왜 유죄야?” “저게 왜 무죄야?” 답답할 때가 많아요. 우리 사회에서의 상식과 형법, 그 경계에 있는 현실을 다루고자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한다.’가 아니라 ‘어떻게 한다.’라는 것을 지적하고 독자 여러분께 법률적인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연예인 관련 이슈가 폭발할 때마다 사람들의 눈과 귀는 이들의 가십으로 쏠린다. 그 연예인이 속칭 톱스타라면 더욱 그렇다. 그럴 때마다 이들을 둘러싼 전단지는 기승을 부린다(지라시가 표준어인데 이 글에서는 이렇게 쓴다). 얼마 전 이혼을 발표한 한 연예인 부부를 둘러싸고 망상에 가까운 전단지가 쏟아졌고 당사자들은 입장문을 통해 자극적인 보도와 추측성 댓글 등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해야 했다.아마 작성 당시부터 ‘받은 글’로 표기됐을 전단지는 모두 한 번쯤은 받아봤을 것이다. 뭔가 남의 정보를 몰래 캐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이 험난한 정보망 세계의 중추 속에 들어 있는 그런 생각이 들 때 유포 욕구가 생긴다. 만약 다른 친구가 “혹시 ○○○ 관련 전단 받았니?”라고 물으면 ‘인싸력’을 발휘하는데 이만한 게 없다.혹시 경찰에 끌려가는 건 아닐까? 단톡방도 아닌 친구에게 전송만 하면 된다. 물론 전단지를 직접 작성하거나 공개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 처벌받을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개인톡으로 전송만 했다면 문제될 게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친구에게 1:1로 보낸 전단, 벌을 받지만 위의 행동은 정확히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내가 전단지를 받아서 보낸 것처럼 친구도 보낼 수 있어. 그 친구가 준 또 다른 친구는 사람이 많은 단톡방에 올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단톡방이 있는 누군가는 또 다른 단톡방에, 거기 또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너와 나의 연결고리가 차례로 처벌된다.탈출구는 있다. 조문을 자세히 보면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나와 있다. 제대로 된 변호인이라면 당신은 가십을 공유했을 뿐 특별히 비방할 생각은 없었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법률 없이 범죄 없고 형벌 없는 죄형법정주의(Nullumcrimen, nullapoenasinepravialegepoenali)가 이 부분에서 등장한다.하지만 처벌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특별법인 정보통신망법에서 탈출하더라도 일반법인 형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왜 처벌을 받느냐.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① 공연성, ②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의 적시이다. 스폰서, 의처증, 동성애자 등이 ②의 요건에 해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되므로 ①을 살펴보기로 한다. 본 칼럼 전편에서 다룬 횡령 강간 등과 달리 명예훼손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으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형법 제307조에는 공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라고 기술되어 있다. 공연한다는 말은 ‘여러 사람이 알 수 있게’라는 말과 같다. 그래서 수만 명이 모인 촛불시위의 한 광장에서 “○○○는 어지럽고 변태적 성행위를 즐긴다!”고 말할 경우 처벌받는다.그런데 한 명에게만 이야기해도 처벌된다. 유포될 가능성이 있는 친구에게 또는 여기저기 말하고 다닐 수 있는 그런 어디를 가든 어떤 캐릭터에 저런 말을 하면 처벌받는다. 쉽게 말해 받은 사람이 내용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처벌받는다.실제로 주부 A는 남편과 수상한 관계로 보이는 여대생 B가 너무 싫었는데 마침 시장에서 동네 사람 1명과 B, 그리고 B의 어머니를 만났다. 여기서 A는 소리쳤다. 너 시커먼 놈이랑 맨날 같이 붙어 있는 거 알아. 여관에 가서 자고 아침에 돌아온대라고 말했다.거리 사람 한 명 때문에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너 이거 다른 곳에 뿌리지 마’ 약속하고 유포해도 처벌로는 다른 곳에 뿌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전단지를 유포했다면 어떨까. 그래도 처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받은 친구가 다른 사람에게 뿌리면 피해자가 생기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법원 역시 “비공개 채팅방에서 상대방으로부터 비밀을 지킨다는 말을 듣고 유포했더라도 전파 가능성은 있다”며 비슷한 사안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중요한 것은 객관적 사실을 밝혀도 명예훼손죄가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동 성폭력을 하고 복역한 사람에게 아동 성폭력범이라고 소문내도 죄가 된다. 심지어 그 내용을 들은 사람들이 전과 사실을 알았더라도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대법원은 본다.

사람마다 명예감정의 결정은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허위사실로 인격이 요동쳐도 나만 당당하면 된다며 잘 살고 있거나 다른 사람은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만 드러났을 뿐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받는다. 게이라는 표현을 들어도 누군가는 당당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수치심을 느낀다(대법원은 명예훼손이 된다고 생각한다).실무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례를 종종 경험/목격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기자에게 특정 연예인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사실을 전했다면 기존 법리에 따르면 그 자체로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하는데 대법원은 기사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는 전단 문화는 모두를 가해자로 포섭해 단죄를 어렵게 만든다. 전단지를 종종 친구에게 보냈지만 지금까지 경찰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면 그건 운이 좋았던 일이다. 전단지에 등장하는 당사자가 당신을 고소하면 피하기 어렵다.1970년대 청춘스타였던 배우 정○○은 가봉 대통령의 아들을 낳았다는 전단지에서 ‘깜짝 엄마’라는 조롱을 듣고 연예계를 떠났다. 어떤 인격을 말살하는 찰나적 재미, 즉각적인 문장은 목적 없이 소비된다.유명한 저서 아웃사이더의 저자 콜린 윌슨은 아픈 것을 모두 모르는 문명 속에서 자신이 병자라는 것을 아는 유일한 인간이 아웃사이더라며 이들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진실을 전한다는 진리의 희생자로 규정한다.대중들이 당사자뿐 아니라 ‘승리 단톡방’ 단순 참여 멤버들까지 비난한 이유는 이들이 인격 말살을 방관 혹은 부추긴 또 다른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이들 중 한 명도 너희들 이러면 안 된다. 이는 나쁜 일이자 범죄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마찬가지로 전단지를 유포하고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담뱃대를 들이대며 훈장을 거는 경우도 드물다. 그러면 “재미로 보자는 건데 왜 그렇게 독하냐”, “넌 그렇게 예쁘냐”며 아웃사이더가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질적인 차이만 다를 뿐 전단지에 의해 성매매 여성, 폭력배, 사이코패스로 규정된 피해자의 눈에는 모두가 가해자가 된다. 모두가 방관하는 동안 가해자는 희미해지고 피해자만 남는다. 전단 문화는 정상이 아니다.

☞받은 글을 받았으면 그대로 있자. 유포되는 순간 처벌받는다.※ 사족: 명예를 훼손했다고 무조건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우리 형법은 310조를 두고 진실이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인에 대한 가십 보도는 어느 정도 용인되지만 과연 연예인까지 ‘공천’에 끌어안고 무거운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좀 더 논의될 필요가 있다.

남기엽 변호사 대법원 국선변호인 남부지방법원 국선변호인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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