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각 미디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코미디다.정통 코미디를 표방했을 뿐 아니라 로맨스 액션 공포 같은 장르에도 코미디가 포함돼 있다면 무조건 환영받고 기대된다.코미디는 일반적인 상식과 정형화된 고정관념 등에 의한 우리의 기대와 상상을 뒤엎고 때로는 기발하게, 때로는 싱겁게 우리를 웃긴다.
어려서부터 그 기발한 상상력과 반전에 매력을 느낀 모양이다.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 내거나 표현하는 사람들의 능력에 대한 부러움이나, 어떤 형태로든 그런 상상력과 기발함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게 된 이유인가 보다.그래서 아직 어렸을 때 봤던 코미디 프로를 기억하고, 특정 에피소드는 기억한다.예를 들면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같은… 몇몇 코미디 에피소드는 오래 전에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그리고 순풍 산부인과를 비롯한 시트콤은 늘 최애 프로였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은 국내 드라마를 넘어 미국 드라마와 일본 드라마를 접하게 되었다.그중 가장 먼저 내 관심에 들어온 것은 미드 프렌즈(Friends)였다.1994년부터 2004년까지 무려 10시즌 동안 235회를 방영하며 대박을 터뜨린 시트콤이다.우리나라에서는 영어회화 공부에 최적이라는 소문(소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나도 영어공부에 대한 갈망을 포함해서 가장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니까 당연히 도전했지.그런데 묘하게 정말 묘하게 시즌 1을 다 끝내지 못했다.거의 20년 동안 도전하고 넷플릭스에 아직도 도전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잘 안 돼.
마치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수학 정석본과 영어 문법책 앞부분만 까맣게 나오듯 프렌즈 시즌1에만 도전하던 차에 새로운 시트콤을 만나게 됐다.
‘빅뱅 이론 The Big Bang Theory’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2시즌 280회의 에피소드를 방영한 지상 최대의 시트콤이다.드라마에서 시즌 수는 당연히 인기를 반영하지만 그것도 자본주의의 최고봉인 미국에서 롱런을 했으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내가 처음 빅뱅이론을 만난 것은 아마 2010년쯤이었을 것이다.어떻게 처음 이 드라마를 알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첫 회를 본 기억은 생생하다.’이런 얘기와 이런 캐릭터가 나오는 드라마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었다.그리고 ‘빅뱅 이론빠’가 됐다.물론 그 여주인공인 ‘페니’도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2019년 시즌12에서 끝날 때까지 빅뱅 이론의 홀릭으로 지냈다.그리고 시즌이 끝난 뒤에도 넷플릭스 덕분에 다시 한번 처음부터 정주행을 마쳤다.원래 지난해 넷플릭스와 계약이 끊긴다는 소문이 있어 걱정이 많이 됐는데 계속 있는 걸 보니 계약이 잘 된 것 같다.
넷플릭스에 잔류한 기념으로 최근 다시 정주행을 시작했다.대충 줄거리를 알기에 이번엔 영어자막으로 시작했다.(사실 과학용어와 덕후용어가 너무 많이 나와 자막은 그저 나의 위안일 뿐이다.ㅠㅠ) 에피소드가 각 20분정도로, 밥 먹을때마다 한편씩 보고있다.
마음 같아서는 빅뱅 이론 시즌1부터 하나씩 다 소개하고 싶지만 그건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엔 다른 얘기를 하려고 한다.2019년 5월 시즌12의 24번째 에피소드 ‘스톡홀름 신드롬 The Stockholm Syndrome’을 끝으로 빅뱅 이론은 끝났다.그런데 그 뒤에 소박한 20여 분짜리 스페셜 방송이 있었다.
한국 같으면 이 정도 인기와 장기 상영이면 모든 출연자가 다 나와 스페셜 방송도 수차례 하고 제작 과정 다큐멘터리도 만들어져야 하는데 미국은 쿨(?)한 건지 아쉽게도 20분짜리 스페셜 방송으로 끝났다.이번에는 스페셜 방송에 대해서 얘기를 하려고 한다. 불행히도 넷플릭스에는 스페셜 방송이 없다.
아마 팬들을 위한 방송이어서 빅뱅이론을 몰랐다면 무슨 얘기일까 싶은데, 만약 빅뱅이론을 보고 팬이 된다면 기쁠 것 같다.다만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추천했지만 별로였다는 사람도 꽤 있었다.보통은 누가 추천을 해도 별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하면 좀 더 참고 보면 재미있을 거라고 말하곤 했고 나도 그들에게 그렇게도 말해봤지만 그래도 안 맞는 사람은 안 맞는 것 같았다.
방송은 아마 마지막 에피소드 녹화일의 장면을 흑백으로 스케치하면서 시작된다.
시트콤에서 관객의 웃음소리가 효과음인 줄 알았는데 정말 관객들이 녹화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오프닝이 끝나고 극중 1호 부부인 레너드와 페니가 진행했다.페니가 울먹이며 말하자 레너드가 격려해 주었다. 스페셜 방송은 주로 둘이서 옛날을 회상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나 상황을 이야기하고 기억한다.
대본 리딩씬 스케치대본 읽기는 하지만 셸든의 리얼한 연기에 모두 웃음을 터뜨린다.
운전하는 장면도 관객 앞에서 리허설을 하고 녹화를 한다.
페니의 방문 앞에서 시즌 1 첫 에피소드로 만남을 회상한다.그때 페니 진짜 귀여웠어
빅뱅 이론에 특별 출연한 사람들 스타워즈 다스 베이더의 목소리의 ‘제임스 알 존스’, 영화배우 빌리 밥 손튼(앤젤리나 졸리와 한때 부부), 스티븐 호킹, 빌 게이츠, 스티브 워즈니악, 나일론 마스크
극중 하워드의 어머니 역으로 얼굴은 한번도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엄청난 카리스마를 발산한 성우의 사진.그녀는 빅뱅 시즌 중에 죽었고 극중 하워드의 어머니는 죽었다. 그녀의 사진을 셸든과 레너드 집안의 냉장고에 붙였다.
촬영 중 입었던 의상과 소품들을 보면서 에피소드를 회상한다
드라마 속에서 여러 가지 발명품이 나온다가장 인상 깊었던 하워드의 원격 키스기계를 보며 회상한다.에피소드 중에서 하워드와 라지의 테스트를 매우 실감나게 한다.
배우들은 다 재능도 많고 악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한다
빅뱅 이론의 시그니처인 엘리베이터와 계단주인공들은 4층에 살며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매번 걸어서 오르내린다.사실 스튜디오는 한 층만 설계돼 옛날 코미디 프로그램처럼 한 층만 걸어서 찍고 한 층만 걸어서 다시 찍었다고 한다.엘리베이터 문 뒷면에 붙어있는 껌들.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페니
코믹북스토어, 페니의 집, 엘리베이터 공간, 셸든과 하워드의 집 조명이 꺼지면서 12년간의 빅뱅 이론도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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