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환자에 대해 상담하기 위해 영상의학과에 들렀더니 영상의학과장이 비뇨기과에서 시행된 CT인데 복벽에 결손이 있는 (배근육에 구멍이 있는) 환자가 있었는데 진료를 받았는지 물어왔습니다. 그때는 아직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아니었는데 일반적으로 탈장이 잘 되는 위치가 아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잠시 후 제 외래로 오셨습니다. 차트를 보니 비뇨기과에서 진찰을 받고 CT를 찍다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름이 특이할 줄 알았는데 나이지리아에서 오신 외국인 분이셨어요. 진찰을 받은 결과, 20년 정도 전에 개복으로 충수염 수술을 받은 분이었습니다. 당시 수술을 위해 열려 있던 복벽 근육이 잘 가라앉지 않아 열리면서 생긴 탈장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수술 후 발생하는 탈장을 의학 용어로는 절개창 탈장(incisionalernia)이라고 합니다.
궁금해서 논문을 찾아보니 개복충수염(맹장염) 수술을 받은 환자의 0.7% 정도에서 절개창 탈장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복강경 수술에서는 이것보다는 더 무겁게 발생하는 것 같아요.


CT 사진을 보면 파란색 동그라미가 붙어 있는 부분에 반대편과 달리 비교적 밝은 회색으로 나타나는 근육에 구멍이 있고 안에서 밖으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모습이 관찰됩니다. 탈장이 발생한 구멍을 통해 뱃속에 있는 ‘대망’이라고 불리는 지방 조직이 튀어나와 있는 모습입니다.

우리의 복벽이 생긴 모습을 나타낸 그림입니다. 가운데 왕자님을 이루는 근육이 있고 그보다 옆구리 쪽에 3개의 근육이 겹겹이 놓여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걸 CT로 보면 오른쪽 아래 같은 모습으로 보여요. 개복하여 충수염(맹장염) 수술을 할 때는 우측 하단에 위치한 3층 근육을 나누어 배속으로 접근합니다. 열려 있던 근육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일어나 버린 것입니다.

위 그림은 배속을 표현한 것인데 가운데 노란 것이 ‘대망’이라는 지방조직입니다. 뱃속의 장을 이불을 덮듯이 덮고 있는 지방으로 이루어진 조직으로 뱃속에 염증이 생기면 그곳에 가서 달라붙어 염증이 퍼지는 것을 막는 역할 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탈장이 발생하면 그 공간에 지방 조직이 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환자가 그런 상황이었어요.

이전에 수술한 상처를 잘라서 들어가서 얇은 탈장 주머니를 열면 내부에 상술한 대망으로 보이는 지방 조직이 관찰됩니다. 탈장 봉투를 가능한 한 제거하면서 피부의 피하지방에서 대망 조직을 떼어냈습니다. 원래는 대망 조직은 뱃속으로 밀어 넣을 생각이었는데 잘 안 돼서 잘라냈어요. (대망조직은 일부 잘라내도 문제없습니다.)
밀린 대망 조직을 자르다 잡고 주변을 정리하면 위의 사진처럼 복벽에 생긴 구멍이 관찰됩니다. 손가락을 넣고 확인한 결과 주변에 소장과 대망 조직이 복벽에 유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망 조직을 밀어넣는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근육 조직을 꿰매기 때문에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주위의 유착만 정리하고 줍니다. 안쪽의 근육에서 꿰매고 재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 그 위에 mesh라고 불리는 인공막을 거듭하고 근육을 꿰맸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부층을 꿰매면 수술은 끝납니다.
대망 조직이 위치하고 있던 공간이 비교적 넓고 수술 후 점액이 쌓이는 일이 있으므로 배액 관(가죽 부대)을 1스푼 넣어 두었습니다. 수술 후 3일째 되는 날 양이 충분히 감소하고, 배액관은 제거하고 퇴원했습니다.
1 T. Rasmussen et al. Long-Term Complications of Appendectomy: A Systematic Review. Scand J Surg. 2018;107:189-196.2 H. A. Swank et al. Short- and Long-Term Results of Open Versus Laparoscopic Appendectomy. World J Surg. 2011;35:1221–1226.3 R. Le Huu Nho et al. Incidence and prevention of ventral incisional hernia. J Visc Surg. 2012;149:e3-e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