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만든다? 인공위성을

초저가 및 초소형 차세대 인공위성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초저가 및 초소형의 차세대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 고고도 동작테스트 중인 폰셋 ↗ NASA

IT기술 전문매체 인포메이션위크(Information week)는 NASA가 최근 폰셋(Phone Sats)이라는 이름의 스마트폰으로 구성된 인공위성을 로켓에 장착해 우주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인포메이션위크는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디지털기기가 우주에서도 사용 가능한지 알아보는 것이 폰셋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값싸고 쉽게 우주 개발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성과 편의성이 고려된 스마트폰 위성

NASA 연구센터 소속 소규모 엔지니어 연구팀이 2010년부터 진행해 온 폰셋 프로젝트는 더 싸고 더 쉽게 우주로 위성을 보내자는 목표에서 시작됐다.이번 발사가 있기까지 폰셋은 시험기간 중 대기권 주변 높은 고도까지 올라가는 풍선을 통해 고고도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 소형 로켓을 통해 5초 동안 최대 18G 정도의 중력가속도에도 견딜 수 있음을 입증했다.하지만 고에너지의 방사선과 극심한 온도차, 그리고 발사 때 발생하는 높은 중력가속도와 같은 변화무쌍한 우주환경에서 이런 점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제작된 스마트폰 기반 위성이 과연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을지, 그리고 과연 진짜 작동할지에 대한 의문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멤버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다.

▲ 폰셋이 전성해 온 지구의 사진 ↗ NASA

그러나 지난달 21일 발사된 3개의 폰셋은 이 같은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정상적으로 위성 궤도에 진입한 뒤 곧바로 지구로 사진을 전송하기 시작했다. 물론 사진의 품질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본래 스마트폰 카메라가 험난한 우주환경에서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 촬영장비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이 밖에 폰셋은 지구 주변을 도는 동안 437.425MHz 주파수로 신호를 전송했다. 이에 따라 NASA는 Phonesat.org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이 사이트를 통해 세계 모든 사람이 폰셋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데이터 패킷을 업로드할 수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3개의 폰셋은 아무리 초소형으로 저렴하게 제작된 위성이라도 지구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한 뒤 일주일 뒤인 27일까지 임무를 마치고 다시 지구 대기로 진입하다 모두 불타 버렸다.

위성 청소 장치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

폰셋은 가로와 세로, 그리고 높이가 10cm 정도인 작은 정육면체 형태의 소형 위성으로 그 안에는 스마트폰이 마이크로프로세서 역할을 하도록 디자인돼 있다.이에 대해 NASA의 우주기술관리부장 마이클 가잘릭은 현재 스마트폰은 위성에 적용되는 컴퓨터보다 100배 이상의 컴퓨팅 파워를 갖고 있으며, 더 빠른 프로세서와 고해상도 카메라, GPS 수신기 및 라디오를 포함하고 있는 점 등이 인공위성 마이크로프로세서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런 기대는 최근 화성에 도착한 탐사로봇 큐리오시티의 경우를 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다.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의 데이터 처리속도는 200개로 최근 일반적인 스마트폰이 갖고 있는 처리속도 사양 1개 중 5분의 1에 불과하다.

▲ 머그컵 크기 폰 세트 ☜ NASA

첨단 우주탐사로봇이 가진 CPU가 일상 스마트폰이 가진 CPU보다 낮은 이유에 대해 우주환경에서는 성능보다 안전성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검증된 200리를 선택하게 됐다는 게 NASA 측의 설명이다.이 같은 안전성 기반의 위성 제작 방향은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우주로 보낸 인공위성과 탐사로봇에는 심한 추위와 미세먼지, 그리고 방사선과 진공상태 등 우주의 극한 환경에서 견딜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검증된 부품만 실리게 돼 부품 테스트에만 몇 년이 걸리게 됐고 이에 따라 위성 개발비도 자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한편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기존 제작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데다 상용부품을 인공위성이나 탐사로봇, 그리고 우주선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우주 프로젝트에 드는 비용 자체를 혁신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이런 기대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이번 폰셋 프로젝트에 사용된 위성 제작비는 기존 소형위성 제작비의 100분의 1에 불과한 3,500달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폰셋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 경제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주 기술의 대중화를 이끄는 폰셋 프로젝트

경제성 외에도 과학자들이 폰셋 프로젝트에 기대를 거는 부분은 우주기술의 대중화다.스마트폰으로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작업은 현재의 실용위성을 대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구 주위를 돌며 지상과 통신을 하거나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일을 시키기 위해서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런 작업이 관심을 끌게 되면 우주기술 대중화의 신호탄이 된다는 것이다.이 밖에도 과학자들은 폰셋 프로젝트가 우주에서 짧은 시간이 걸리면서도 간단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적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간단하지만 꼭 필요한 임무에 값비싼 위성시스템을 사용하기보다 값싼 스마트폰 기반의 위성을 활용하는 것이 여러 가지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이런 다양한 의견에 대해 가잘릭 부장은 “스마트폰은 앞으로 우주 과학이나 통신, 또는 다른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 같은 융합의 결과가 미래 세대에 새로운 우주시대를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