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in_Akyurt, 출처 Pixabay 알고리즘이 안내돼 개그맨들의 유튜브 동영상을 즐겨 보는 요즘이다. 주요 콘텐츠는 몰래카메라. 함께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시바이를 짜고 있던 동료들을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걸어 결정한다. 몇몇은 미리 얘기한 듯 어색한 연기가 보이지만 어떻게 저렇게 기발한 생각을 하는지 감탄하며 보고 있다.
캐릭터를 생성한 뒤 콩트를 하는 콘텐츠도 있다. 개그맨 김혜준을 일약 스타덤에 올린 비식대의 최준 캐릭터가 대표적, 그래서 광고를 60개 가까이 찍었다니 이제 미디어의 염량은 올드미디어인 TV나 신문이 아니라 유튜브임이 분명하다.
우선 폐지된 하땅사 개그 코미디에 빠지다(MBC)부터 나중에 폐지된 웃찾사(SBS)와 영원할 줄 알았던 개그콘서트(KBS)까지 1년에 10여 명씩 들어오는 공개 코미디 기수가 들어오는 과거였기에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모두 폐지된 이 상황에서 이들이 활동하는 방송이나 무대는 희귀하거나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
역시 알고리즘의 재능으로 등장하는 과거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코너는 지금 봐도 재미있다. 그때는 왜 외면당했는지 빨리 내려졌나 싶기도 하다. 하긴 하루 종일 아이디어 회의를 한 끝에 올린 코너니까. 코미디 작가와 머리를 맞대고 있는 일이 없는 것은 다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무대와 객석을 없앤 이들이 찾은 곳은 아프리카TV, 유튜브, 게임을 좋아하는 몇몇이 트위치를 한다고 들었다. 거기서 게임을 하면서 채팅을 하면서 에피소드를 말해주듯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고 있다. 그럴 여유(편집 및 촬영 일정)조차 없는 이들은 배달대행 아르바이트나 택배상하차 같은 일을 전전하며 언젠가 다시 돌아오는 무대를 꿈꾼다.
유튜브를 하는 개그맨들은 몰래카메라라는 아이디어를 변주로 변주하고 가족도 등장시켜 상황 설정을 새롭게 도모한다.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에서는 때로는 방송국 전속으로 있을 때의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한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사실 방송국 공채 개그맨 시스템도 사라진 느낌이야)개들의 기수 간 서열이 가혹할 정도로 억세고 기합은 물론 어떤 해는 군 반장이 후배들을 엎드려 줄을 당겼다는 전설(?)이 내려오기도 한다. 한때 이 에피소드가 유행처럼 돌면서 각 방송사 간에 군기문화를 해설(!)하는 개그맨의 콘텐츠가 히트를 쳤다.
이럴 필요는 없지만 이들의 고군분투를 지켜보면 씁쓸해진다. TV 속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안방극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어야 하는 이들의 숨결과 연기가 그리워진다. 물론 개그맨이 퇴장하던 시절의 코너는 남녀노소 모두의 외면을 받고 있었다.
MBC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밤에 웬일인가 싶었다. 지상파 수위라는 첫 번째 제약에 개그를 개그로 받아들이지 않는 전직 사회적 PC(정치적 올바름) 경향까지 개그맨들의 아이디어를 움직일 공간이 넓지 않았다. 노인들은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외면했고, 젊은이들은 진부하다, 누가 요즘 저런 일에 웃느냐며 이들의 곁을 떠났다. 몇 년 전만 해도 휴일 밤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신호로 월요일 일상이 적응하는 점심시간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하는 창구였던 곳이 말이다.
그 만화가 번성했던 웃음밭을 말리고 뒤집어 다음 농사도 못하게 만든 존재는 누구일까. 역시 이 소재가 한창 이야기되었던 무렵이 있었다. 개콘이 종영할 때였다. 선배 개그맨 중 한 명이 유튜브 채널로 개그콘서트 스튜디오를 방문해 질문을 던지며 종영 경고 신호를 울렸지만 귀를 기울여야 했던 제작진은 무심코 흘려버렸다.
대표적인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던 개그콘서트의 제작 방식을 물은 적이 있다. 개그맨들이 서로 팀을 이뤄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나온 시나리오로 연기를 맞춘다. 간단한 소품을 준비해 제작진 앞으로 간다. 나는 이 대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프로듀서와 CP(수석프로듀서)가 앞에 있는 자리에서 마치 오디션을 보듯 준비해간 코너를 선보인다. 제작진은 논란 끝에 코너 통과에 대해 말한다. 합격한 개그맨은 너무 기뻐서 떨어진 개그맨은 실망한다.
개그맨들의 대본과 상황극을 PD라는 심판관이 판단한다는 게.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나와 일반 상식과 논술, 글쓰기 시험을 거쳐 간단한 기획안을 작성하는 테스트를 거쳐 면접을 본 뒤 합격한 예능 PD라는 직업.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조수 혹은 하인에 가까운 4, 5년의 조연출 기간을 거치면서 웃음에 익숙해졌고, 자신이 기획하거나 기존 프로그램의 연출인 입봉기를 거치며 베테랑 예능 PD라는 평가를 받을 무렵 개그콘서트의 연출을 담당한다. 이들이 그 기간을 거쳐 다른 시간에 마주하는 콘텐츠의 영향으로 형성된 웃음의 기준이 개콘 코너 통과의 척도가 되는데, 이런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심사가 수십 년 이어져 왔다는 게 정말…
KBS 개그콘서트 마지막 회에 나온 몇몇 개그맨들에 따르면 PD들이 방송한 코너 중 자기들끼리 정말 재미있다고 판단하는 코너가 한두 개가 아니다. 물론 심의 문제, 수위 문제가 됐을 수 있지만 담당 PD의 주관과 가치관이 작용해 물을 마신 코너도 적지 않다. 담당 PD의 편향된 정치관, 혹은 사회관으로 개그콘서트가 뒤틀리기 시작할 무렵부터 ○○PD가 눌렀다는 용감한 놈들 코너와 과체중으로 유명한 ○○광대가 인기를 끌 때였다. 이해할 수 없고 납득할 수 없는 기준과 설정으로 개그 코너에 정치를 묻히는 추세가 그의 치하에서 몇 년째 계속된다. 수많은 시청자가 항의해 수신료의 가치 운운했지만 그의 성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똑같은 풍자로 정권이 바뀌면서 던지지 못한 이들의 비겁함도 손가락질을 받는다.그 후, 어중간한 정치 풍자와 삐걱거리는 PC화가 진행된다.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코미디가 어느 순간부터 지나친 의미 부여와 프로듀서의 기질만 눈치 보며 몰락해 갔다.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가.
개그 콘서트가 한창이던 시절에는 코너가 주는 개그맨들이라고 들었다. PD들은 대부분 개그맨들에게 전권을 주었다고 한다. 태동기 한 시기와 약간의 불안기를 거쳐 갈가리 패밀리가 양대 중흥을 이끌었던 때라고 한다. 담당 PD의 섣부른 판단과 천박한 정치관이 개그에 파묻혀 수많은 개그맨이 뿔뿔이 흩어지고, 각자 생의 유튜브에서 누군가를 속여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위에 쓴 그 프로듀서가 누군지, 그 코미디언이 누군지 아는 사람을 알 것이다. 채널마다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개그콘서트 몰락의 길잡이였다는 유아무개 개그맨 서아무개PD
내 말이 100% 안 맞아도 일말의 진실은 있다고 생각해. 한때 웃음 유발자를 꿈꿀 정도로 코미디를 사랑했던 사람이 이 글을 쓴다. 만약 유튜브 채널에서 개그맨 채널을 찾는다면 구독과 좋아요 공지사항 설정까지 눌러주세요.
KBS 공채 31기 박진우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요계인’
참고로 내가 즐겨보는 개그맨 채널은 비식대 드립팩토리 양대산맥 요계인(편집이 엄청나다) 배그맨 등이 있다. 개그맨 박소라가 운영하는 솔라파크 이현정이 운영하는 브이로그 전문 채널 이현정은 응원하는 채널이다. 나는 둘이 잘 어울렸다면 장도영 신봉선 이상의 희극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본다.
거기에 덧붙여, 아는 희극의 한두 명만 있으면 좋겠다. 이야기를 듣고, 애환이나 보람을 전하면 어떨까. 그러잖아도 몇 시간이고 수다 떨고 까불어도 되겠지.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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