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프로토타입이 공개되는 날 마니아들의 눈길이 쏠리는 법입니다. 시승기와 함께 새로워진 외관·성능에 대한 사용자 평가가 기대감을 한층 높인다. 이때 프로토타입(Prototype)이란 대량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시험적으로 만들어 보는 자동차를 의미합니다. 인공위성도 비행모델과 똑같은 프로토타입을 만든다고 합니다. 왜 만들고 어떻게 쓰는 걸까요?
신형 위성이 STM을 만드는 이유

발사환경시험을 위해 가진 기 위에서 진동시험을 하고 있는 천리안위성 2B호 인공위성 개발에서도 신차 프로토카처럼 가리키는 말이 있는데요. 모형을 만든다는 뜻의 모사구조체(Satellite Simulator)라고도 불립니다. 위성체가 노출되는 구조적·열적 환경을 검증한다는 의미로 ‘열구조 모델(STM, Structure Thermal Model)’이라고도 불립니다. 우주로 가는 비행모델(FM) 제작 전 마지막 시험모델이자 실물인 것입니다. 모형·모델이라고 하면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외곽 형상은 물론 질량, 동적 특성까지 동일합니다. FM에서는 탑재체만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모형이라고 가격이 싼 것은 아닙니다.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 있는 아리랑 위성 2호, 3A호 및 5호 STM의 개발 비용은 세기를 합쳐 300억원을 훌쩍 넘습니다. 우주과학관 구축 비용과 맞먹는 개발 비용이 듭니다.
이런 구조체를 꼭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신차와 마찬가지로 신형 인공위성의 성능을 빠짐없이 시험해 보는 것입니다. 열진공시험, 태양전지판 분리충격시험, 진동시험, 음향시험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STM을 이용한 시험을 통해 구조적인 안정성 검증, 해석 모델의 보정, 상세 설계 보완 및 조립 절차에 대한 검증을 실시합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그동안 우주환경 시험장면을 공개해왔습니다. 대형가진기 위에 설치되어 있거나 열진공챔버 안에 통째로 들어가 앉아 있는 인공위성도 대부분 STM입니다. 발사-분리-궤도에 이르는 인공위성의 전주 가상시승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형 인공위성 개발 예산에는 약 5%의 모사 구조체 제작 예산이 포함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조금 생소할 수 있습니다. 발사체와 위성체 간의 ‘접속설계 검증’ 위성이 탑승하는 발사체에 쏙 들어갈지, 서로 기계적으로 잘 결합할지, 전자적인 연결에도 문제가 없는지 미리 해보는 겁니다. 이 과정을 핏 체크(fit-chech)라고 합니다. 위성고객이 주문한 맞춤복(발사체)을 입어본다는 의미로 봐도 되겠죠? 사실 최근에는 실물 구조체로 피트 체크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이 발달해 형상은 물론 충격, 하중, 고유 진동수 등에 대한 해석 결과를 정확히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위성이 러시아 발사체를 미리 입기 위해 힘든 발걸음을 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핏 체크만은 빼놓을 수 없어요. 통상 발사체 기업이 어댑터를 가지고 방문 서비스를 합니다.

비대칭 충돌로 차체가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유한요소 해석으로 나타낸 그림. 이 같은 시뮬레이션 기술은 모사 구조체의 제작 수고를 덜어준다. <그림 출처=Wikimedia Commons>

실물 위성 모형으로 피트 체크를 하기도 한다. 위성제작사와 발사체 기업이 같을 때는 해볼 만하다. 사진은 2015년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넬2B(Sentinel-2B) 위성의 핏 체크 장면. <사진 출처=eurockot.com>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발사체가 받아주지 않을까?다시 정리하면 STM은 발사 환경·우주 환경 검증과 피트 체크를 위해 개발되는데요. STM이 프로토카와 가장 다른 점이라면 검증 프로세스가 훨씬 많다는 점입니다. 우리 개발진은 “정말 모든 순간을 염두에 둬야 하고 약 1.4배 높은 강도로 시험을 본다”고 말합니다. 즉 위성체가 직면하는 환경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에 노출된 상태에서 STM이 건강하게 잘 버텨주는지를 보는데요. 예를 들어 구조 질량의 10배 정도 압축력을 가하거나 국부적으로도 수십 배의 진동 환경에 노출하는 식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설계 보완-재검증의 어려운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자동차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부분인데요. 만약 ‘프로토카의 진동이 생각보다 크네’라고 해도 가격, 디자인, 성능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면 생산 모델로 직행할 수 있습니다.

한국연구원이 개발 중인 차세대 중형위성 STM의 다양한 시험과 검증을 보여주는 그림. 좌측으로부터 중정적 하중 및 사인가진(Sine Vibration) 시험, 음향 갖는 시험, 수평방향 질량 특성 시험 장면이다.

차세대 중형위성의 STM에 대한 열환경시험 구성도. 대형 열진공챔버에 STM을 넣고 지구궤도와 동일한 열환경을 모사하여 시험한다.
이런 엄격한 검증은 리콜(recall)이 안 되는 위성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면에는 발사체 기업의 「부담감」도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개발진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인공위성이 발사에 실패하면 시장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곳은 단연 발사체 업체 측입니다. 위성 발사 시장은 일반 택배 시장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택배를 예를 들어 택배사의 부주의로 배송한 물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택배사가 책임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인공위성 발사는 다릅니다. 위성 발사를 의뢰받은 고객도 보험을 들고 발사 서비스 업체도 보험에 가입합니다. 고객은 발사 실패 시 위성체에 대한 담보를 하는 것이고 발사 서비스 업체는 발사 실패 시 고객으로부터 받은 서비스 비용에 대한 담보를 하는 것입니다. 즉 발사해 추락하거나 궤도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발사 서비스 회사는 위성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단, 고객으로부터 받은 발사 서비스 비용에 대해서만 책임을 집니다. 발사 후 정상궤도에 위성을 올리지 못해 추락하거나 통신할 수 없다.혹은 위성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거나 태양전지판의 전개가 실패할 경우처럼 위성체에 대한 것은 발사를 의뢰한 고객의 책임입니다. 아리랑 위성이나 천리안 위성을 제작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거액의 비용을 들여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발사 실패로 인해 발사 서비스 업체가 입을 타격감은 상당합니다. 지난해 7월 알리안스페이스(Arianespace)의 베가로켓은 아랍에미리트(UAE) 정찰위성을 싣고 날아오른 뒤 2분 만에 이상 증세를 겪었고 결국 위성과 함께 대서양에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며칠 후 알리안 스페이스 부사장은 긴급 진화에 나섰는데요. “고객의 페이로드 손실에 대해 깊은 사과(deepestapologies)를 드린다”며 공개 영상을 통해 잇따라 죄송한 마음을 표했습니다. 각국 로켓 개발진 사이에서는 울 것 같은 표정도 읽혔다는 소문인데요.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겠죠. 이후 알리안스페이스는 1년간 발사를 중단한 것은 물론 작은 큐브샛을 신규 고객으로 받아들여 시장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했습니다. 즉 STM을 통한 철저한 검증 과정은 인공위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발사체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두께 3㎜의 강철 클램프 밴드. 최대 10t 중량에 달하는 인공위성을 고정하는 유일한 장치다. <사진 출처=SENERPolska>

어댑터나 클램프 밴드 등으로 이루어진 접속 시스템의 원리를 도식화한 그림. 위쪽이 부감으로 바라본 연결 방식, 아래쪽은 고정 방식이다. <그림의 출처= researchgate.net >
기계적·전기적 ‘핏체크’ 발사체 서비스 업계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핏체크’ 과정도 필수 중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STM은 발사체-위성 간 접속 설계 검증 목적도 있다고 했는데요. 발사체 옷을 입어보는 피팅룸에 몰래 들어가볼게요. 발사체의 페어링(페이로드를 올리는 상단부)의 내부 하단에는 반드시 어댑터와 클램프 밴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어댑터는 인공위성 연결장치와 맞물리는 부분입니다. 클램프밴드가이렇게물린부분을잘잡고묶습니다. 개발진 사이에서는 이 과정을 ‘배꼽을 맞춰본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단지 이 시스템만으로 인공위성(페이로드)을 고정 분리하는 매우 중요한 부품입니다. 아무리 발사체와 위성을 세계 최고로 만들었다고 해도 클램프 밴드가 분리에 실패하면 끝입니다. 그만큼 신뢰성이 높아야 하고 검증도 철저히 해야 합니다. 발사체 제조사가 어댑터와 클램프 밴드를 가지고 세계 어디서나 달려가 피트 체크를 하는 이유로 충분하죠?
클램프 밴드는 수㎜ 두께의 단순한 금속 밴드처럼 보이지만 최대 10t의 위성을 지탱해 극한의 작동 조건에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됩니다. 밴드 안쪽에는 관절처럼 생긴 V 세그먼트가 부착돼 있어 어댑터와 암수처럼 결합합니다. 발사체용 클램프 밴드를 만드는 회사는 여러 개 있지만 KS 규격처럼 형상이 통일되어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발사체-위성의 접속 방식을 규격화한 것입니다. 지금 설명한 과정은 핏 체크 중에서도 기계적인 연결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전자적인 접속을 체크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인공위성은 발사 서비스 중에 받는 충격, 열 등의 상태를 끊임없이 보고됩니다. 위성이 발사체에서 분리될 때까지 인공위성의 상태 정보가 지상으로 전달됩니다. 이는 위성과 발사체가 서로 전기·전자적으로 연결돼야 가능한 일이지만 발사체는 위성에서 나온 케이블을 꽂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핀 개수는 정확한지, 각 데이터의 신호가 오류 없이 전달되는지 등을 검증합니다. 전자적 연결 설계의 검증에는 위성 시뮬레이터라고 하는 소프트웨어 기기가 사용되고 있군요.
위성은 고객이기 이전에 발사체의 ‘동료’, ‘시장’에서 인공위성은 발사체의 고객입니다. 돈을 지불하면 ‘페이로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시장 논리대로라면 고객 서비스가 우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발사 서비스 업체는 고객의 입장에서 무조건 배려하고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주 개발사는 오랜 경쟁의 역사 이후 협력과 실용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강력한 후발주자들이 우주개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고 최고와 처음만 쳐주던 시대는 나름대로 후퇴하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은 발사체를 위해 검증을 제대로 해야 하고 발사체는 인공위성을 위해 성공의 압박을 견뎌야 합니다. 고객과 고객이기 이전에 같은 목표를 가진 ‘동료’군요. 인공위성 프로토타입, STM에 숨어있는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조금 그려지나요?
기획제작 : 항공우주 Editor 이종원 내용감수 : 우주환경시험부 은희관 선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