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아이템 포마드와 미니카

작년 12월쯤이었던 것 같다. 갑자기 어떤 바람이 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헤어스타일을 바꿔보고 싶었다.40년 넘게 살면서 모질과 두상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가진 적이 없었다.

원했던 스타일은 바로 사이드 파트 스타일로 해서 포마드로 세팅하는 것, 이른바 젠틀맨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스타일이지만 아무래도 40대 중년으로 치면 누가 뭐라고 말할 사람도 없을 것 같아서다.

머리에 소라빵사이드 파트에서 헤어컷을 하면 포마드가 필수다. 포마드로 세팅하지 않으면 머리가 이상해지는데 이럴 때는 버킷햇을 사용하면 된다.

한창 꾸미는 20대 때는 왁스가 유행했다. 포마드는 녹초가 돼 잘 씻지 못해 두피에 좋지 않다는 설이 나돌았던 것 같다.

여기서 잠깐 ‘포마드’라는 것에 대해서 보자.

포마드의 역사를 보면

로마 시대에 유럽 부족 일부가 비누로 포마드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한다.19세기에는 곰지방을 사용해 만들어졌다.1873년 영국에서 헤어용 포마드 상품이 세계에 유통됐다.20세기 초까지 라드, 밀랍, 바셀린이 주재료였다.1920-50년 대유행 후 쇠약해졌으나 2010년대에 이르러 수성 포마드가 나오면서 다시 유행하고 있다.

아마 나도 수성 포마드가 없었다면 포마드를 사용할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유성 포마드는 세척이 어렵고 두피에 잔여물이 남을 경우 심하면 탈모까지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포마드를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모르지만 사용하기 시작하면 의외로 중독성이 있는 물건이긴 하다.

다만 포마드 스타일은 복장을 타는 경향이 있고 캐주얼한 복장에는 이질감이 매우 높아 클래식한 스타일이나 정장계에 잘 어울린다.2021년 12월 나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생 첫 포마드와 포마드 비트(아프로콤)를 시작으로 다음과 같은 포마드를 사용해 보았다.

리오젤레드(수성) 블로쉬비즈(수성) 테이퍼댄(유성) 프로스펙터스 아이언오어(수성) 프로스펙터스 골드러쉬(수성) 프로스펙터스 콜마인(수성)

포마드의 주요 특징을 들면 다음과 같다.향고정밀 발진성 빛

이 다섯 가지 특징이 변수가 돼 개인에 맞는 조합이 되면 자신만의 스타일과 포마드가 결정되는 것이다.

다섯 변수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을 따르기 때문에 나도 그랬지만 다른 사람의 추천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참고하는 것이 좋다.

내 경우는 향이 너무 진한 것은 업무상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경우나 식사 때 실례가 될 수 있으므로 향이 약한 계열을 좋아하고 달콤한 향보다는 비누 계열의 향을 선호한다.

광도 유광감이 강하면 너무 클래식한 느낌이 있어 중간 또는 무광 계열을 선호한다.

세정력은 수성계를 선택하면 머리를 감으면 남는 게 없는 것 같지만 향기는 조금 남는 기분이다.

고정력과 발림감은 반비례하는 느낌이다. 고정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딱딱해진다고 할까, 발림감이 떨어진다. 물론 물을 뿌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찍어 바로 머리에 바르는 것이 기준이다.

나는 4~5개 정도 써보면 발림성이 좋은 게 스타일링이 더 좋은 것 같아. 내 모질은 직모에 가깝지만 머리가 그렇게 강하지는 않은 타입이야.

10개월 정도 사용한 후 느끼는 선호 제품은 프로스펙터스 골드러시와 콜마인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발림성이 좋고 신기하게도 이 두 가지 헤어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다. 이보다 고정력이 강하다는 것도 써봤는데 내가 못하는지 안하는지 오후가 되면 숨이 차곤 했다.포마드를 사용하면 좋은 점 중 하나가 있는데 포마드는 들어 있는 경우가 아주 좋다.

포마드를 다 쓰고 안에 남은 잔여물을 모두 긁어내고 며칠 직사광선에 말려도 뚜껑을 열면 그 향기가 은근히 사라진다. 이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포마드는 보통 양철통에 들어있는데 나는 왠지 이 양철통을 너무 좋아해. 뭔가를 넣어야 할 것 같아서 버릴 수가 없어.

그런데 아무리 깨끗하고 좋아도 쓰지 않고 쌓아두면 쓰레기일 뿐.써야 한다.

그렇다면 중년 신사답게 쓰자.

지금까지 3개의 포마드를 다 썼는데 이게 정말 좋은 수납함이 된다. 특히 타미야 미니카의 그 작은 나사와 부속을 담는 데 탁월할 것 같다.

뚜껑을 열면 그 안에서 성숙한 남자 냄새도 나니 마치 런던의 한 젠틀맨 클럽의 윤기나는 마호가니 테이블 위에서 위스키를 마시며 미니카를 만지는 것 같기도 하다.

블러시 제품은 양철통을 돌려 여닫는 방식인데 포마드를 쓸 때는 별로 안 좋은데 나사 같은 거 넣을 때는 되게 굿.

들고 다닐 때 포마드 상자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열대지방에서 말라카스를 흔드는 소리라고 보면 된다.

써보지 않은 것을 사용해 보았는데 좋은 것과 물건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다.

#포마드 #타미야미니카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