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를 시작해도 되나? USCPA 시험

금년 4월에 FARE 시험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에 의해 올해 12월 말까지 한국의 시험장이 열려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올해 모든 과목을 마치는 것이 목표다. 한국에서 시험을 못 보고 미국까지 간다면 더 이상 시험 준비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정말 벅차 미국에 가서까지 이 시험을 치르는 것이 맞는지 엉뚱한 갈등이 빚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시험준비 1년차에 ‘포기하고 수백가지 돈을 썼다고 생각할까’라는 생각을 매일 한다. 그만큼 진짜 어렵고 힘들다

한국에서는 미국 CPA시험이 1년 정도만 공부하면 쉽게 딸 수 있는 자격증으로 알려져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카페나 블로그의 글을 보면 나름대로 쉽게 찍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고, 그런 이유로 취업시장에선 생각보다 큰 메리트가 없다는 글을 많이 봤다. 그렇지만 역시…스스로 경험해 보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한계인가 보다. 간단히 생각해도 ‘미국 전문가 시험’이 쉽다고는 할 수월치만은 않다.

한국의 전문직 시험도 마찬가지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노무사 등 전문직 시험 중 어떤 간단한 것이 있을까. 물론 절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100% 불가능하다. 공부량, 난이도, 시험범위 등이 천차만별이지만 전문직 시험을 쉽게 통과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물며 외국어도 아닌 영어 회계 시험이 어떻게 간단하겠어?

처음 시험을 시작할 때 AIFA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하루 공부시간이 4시간 정도라고 했더니 1년 반 정도면 충분하다고 설명해주셨다. 공부하고 학점 따고 Evaluation, Application 절차를 병행해서 주말에 수업을 들으면 무리 없이 쉽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학점을 이수하기가 난관이었고 Evaluation, Application 서류 준비 과정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회계의 비전공자라는 것이다. 대학시절 회계원론은 C학점을 받았고 회계에 대해서는 소름끼치는 한편 ‘왜 이런 것을 배워야 하지?’라고 생각했었다. 오래전 나의 모습을 잊고..CPA시험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배우면 잘할수 있다는 신기한 믿음을 가지고 시험준비를 시작했다.

회계원리를 이해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FARE 시험은 ‘회계원리/중급회계 1, 중급회계 2/고급회계/비영리회계’ 총 5과목을 모두 숙지해야 시험을 볼 수 있다. 총 4개 분야(FARE, AUD, BEC, REG)로 구성된 시험의 단 한 파트인 FARE 시험을 보려면 총 5과목을 모두 알아야 한다. 문제는 엄청난 인강의 양이다.

회계원리 한 과목의 인강이 50강 정도가 된다.

인강당 평균 50분 이므로 총 인강 수강시간을 계산해 보면 회계원리 =>50강 * 50분 = 2,500분 = 약 42시간 FARE 한 과목이 총 5개 분야이므로 총 210시간이 소요된다.

회계 비전공자는 인강을 한번 만든 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나는 회계원리 인강을 세 번 정도 되뇌어 들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차변, 대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강을 들으려고 하면, 듣고 멈추고 필기하고, 이해가 되지 않아서 잠시 생각하고, 또 듣고 멈추고..를 반복해서 계속했다. 50분짜리 강의를 듣는 데 최소 1시간 30분은 걸린 것 같다. 문제는 이해하지 못했고 50강을 들었다가 처음부터 다시 듣고 총 세 번을 들어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중급회계의 1, 2는 더 어려워. 아무리 이해해도 문제를 풀면 다 틀리고, 회사 업무에 쫓겨 1, 2주간의 공부의 흐름이 끊기고, 책을 다시 펼치면 머리가 하얗게 질린다. 채권 부분을 이해하고 어느 정도 잘됐다고 생각하고 부채 부분을 공부하면 채권을 다시 탕감해 준다. 물론 내 X머리가 문제이겠지만 이렇게 방대한 양의 공부를 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정말 난감한 일이 많다.

고급회계도 몇 달 전에 인강을 수강했다가 지금 다시 책을 펼치다 보니 잊어버려 인강을 다시 수강해야 할 판이다.4월에 시험을 치르기는커녕 그동안 고급회계와 비영리회계를 다 훑어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FARE시험을 위해 공부할 책을 쌓아봤다. 독서실에 있는 중급회계 책 2권을 더 쌓아야 FARE 한 과목이 완성된다. 이 정도로 공부해야 할 양이 많다구.

FARE 1개가 끝난다고 다는 아니고 아직 3과목이나 남았다 왜 이 시험을 시작했는지 정말 내 발등을 찍고 싶어. 통대 졸업시험 공부를 하면서 앞으로 1,2년간은 공부와 조금 멀어져야겠다고 생각했는데..시험을 너무 쉽게 생각한 내 잘못이지..

USCPA 시험을 시작하려고 고민하는 분들은 이 자격증이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라고 곰곰이 생각하고 시작하기 바란다. 생각보다 중도 포기자가 정말 많아. 300만원짜리 인강을 자르기도 힘들고 도중에 포기하게 된다는 글을 많이 읽었다. 한 달 정도 공부하고 바로 포기하기로 했다는 글도 많았다. 나도 시험준비하는 1년정도 그만둘까 100번은 고민했나봐. 어쩔 수 없이 계속하는 이유는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이고 올해 말까지 한국에서 시험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시작하려고 하는 분은 꼭 곰곰이 생각해 보고 시작할 것을 부탁하고 싶다. 수능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거 뽑아서 뭐 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애초부터 명확한 목표를 설정(ex. 외국계 회계팀 입사, 미국으로 이민 가 회계사무소에 취직)하지 않으면 나와 같은 고통을 겪는다. 이미 전문직 타이틀이 있는 상태에서 USCPA 하나쯤 따면 더 장점이 있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하면 낙오할 가능성이 높다.

시험준비를 하면 따라오는 기회비용(ex. 주말 여유시간 반납, 퇴근 후 강의 듣기,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계속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어마어마하니 자신의 돈과 시간을 들여 꼭 챙길 만한 자격증인가를 고민해 보는 것이 좋겠다. 생각만큼 단순한 시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시험을 준비하면 사용해야 하는 시간이 막대하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른 옵션이 있는지 꼭 생각해 보고 싶다.

나는 요즘 부동산과 스마트스토어 공부를 시작하고 싶지만 이곳에 발이 묶여 있어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