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카빌 ‘내게도 익숙한 외로움을 연기했다’ <위처> 제작진에 먼저 연락해 적극적으로 출연 의사를 밝힐 정도로 원작소설, 게임 팬으로 알려져 있다.아버지한테 들은 얘기로는 나는 세 살 때부터 판타지 소설을 읽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장르의 팬이다. 잘 쓰여진 판타지 소설이라면 언제든지 읽고 열중할 준비가 돼 있다. 위처의 경우 원작작가 앤제이 새프코프스키의 글 자체가 가진 힘이 강력했다. 우선 전형적이지 못했다. 물론 엘프 소인 노움 등 고대 종족과 괴물, 마법사들이 등장한다는 점은 장르적 관습을 따른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위처는 그보다 훨씬 현실을 예리하게 반영한 부분이 많은 소설이다. 박해된 역사를 가진 폴란드 작가로서 유럽 대륙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존재의 고독에 빠져든 부분도 있다. 장르의 재미에 충실하면서도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는 별로 없다. 처음 소설을 읽을 때는 내가 푹 빠졌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게임을 한다.
판타지 장르를 독자로서 읽고 즐기는 것과 배우로서 연기하는 것은 별개의 경험일 것이다. 현장에서 더 높은 상상력과 창의적인 연기가 필요한 장르인데요.다행히 나는 CG와 특수효과에 익숙하다. 내 커리어의 많은 부분을 그린스크린 앞에서 보냈다니까.(웃음) 그래서 일단 그런 작업이 심리적으로 편해졌고, 당장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작업에도 꽤 익숙해진 것 같다.특히 <위처>를 찍을 때는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VFX 디자이너가 내 옆에서 지금 찍는 장면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예상되는 이미지를 계속 보여주었다. 크리처의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미리 세밀하게 파악하고 연기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어려웠던 점은 원작 소설에서 게롤트가 한 페이지를 꽉 채우고도 그 다음 장까지 이어지는 긴 독백을 보여주는 캐릭터라는 사실이다. 가급적 소설의 정통성을 유지하고 싶지만 TV 시리즈 스크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다 담지 못한 것이 있었다. 작가가 자신만의 글을 써서 표현하고 싶었던 특정한 무언가를 자신의 연기를 통해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고, 전달자인 자신이 소설을 읽을 때 느꼈던 최초의 감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안무처럼 촘촘히 짜여진 액션 장면이 눈길을 끈다.이번에는 검을 잘 활용해야 했다. 촬영 시간이 워낙 촉박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습득한 뒤 바로 연기를 해야 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꽤 잘했다고 생각한다.(웃음) 특별하게 공들인 장면은 에피소드1의 후반부 액션 장면이다. 프로덕션 일정상 시즌1 촬영 마지막에 이 장면을 찍었다. 에피소드1에서 게롤트의 능력치를 처음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어서 액션 구성에 개성을 더함과 동시에 이미 찍어놓은 나머지 에피소드에서의 게롤트의 스타일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매우 섬세한 균형감각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서도 함께 출연한 무술감독 볼프강 슈테게만과 함께 액션 장면을 구성하게 되어 영광이다.
돌연변이 게롤트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만큼 주위로부터 차별과 소외를 겪는 캐릭터다.어렵지 않았어 나 역시 많은 대중 속에 살아 있다는 점이 도움이 됐다. 흔히 존재하는 고독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곁에서 열렬한 환호와 지지를 보내주는 많은 팬들에게 감사하며 이들의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살면서 그런 열정적인 사랑을 받는 것을 경험하게 된 것이 축복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유명인사로 산다는 것은 나와 내 작품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들의 평가나 비판과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모두가 이 사업의 자연스러운 일부다. 그래서 게롤트가 받는 관심, 그가 느끼는 고독을 표현하는 것이 나와 상당히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지금과 같은 일을 하기 전, 소년 시절의 나는 완전 평범한 인간이었다. 여러 면에서 위처라는 존재가 그리 낯설고 내 자신의 일부를 표현한다고 생각했다.씨네21 www.cine21.com 마닐라=문김소미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