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미래씨가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 밖으로 나오자 무선충전구역에 주차돼 있던 전기차가 스르르 주차장을 빠져나와 문 앞에 선다. 운전석이 따로 없는 차에 앉으면 음성비서가 오늘 일정을 알려준다. 도심 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운전자는 따로 없다. 자율주행차가 30㎞ 떨어진 회사로 향하는 동안 미래씨는 차량 모니터를 통해 화상회의를 마쳤다. 미래씨가 좌석에 앉아 있는 동안 혈압, 심전도, 뇌활동량 등 건강정보가 기록되는데 특이사항이 발견되면 차량은 해당 정보를 병원으로 전송한다. 회사에 도착해 미래 씨가 내리면 차는 여유 공간이 있는 주차장을 찾는다.이는 자동차 업계가 전동화·자율주행·커넥티드카(Connected Car·통신망에 연결된 자동차) 등 미래 자동차 기술을 개발하면서 그리는 모습이다. 아주 먼 미래의 모습처럼 느껴지지만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일부는 이미 상용화됐거나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우디의 미래 자율주행 콘셉트./아우디 제공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IT 업체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자율주행 기술이다. 이들은 자율주행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눈(센서)’과 주행 판단을 내리는 ‘뇌(반도체)’ 기술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미국자동차공학회가 분류한 자율주행 단계는 자동차가 운전자를 보조하는 1단계부터 완전자율주행에 이르는 5단계까지다. 현재 양산차에 적용된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아 전방을 주시해야 하는 2단계에 그치고 있지만 올해는 3단계 자율주행을 탑재한 차량이 출시될 예정이다.또 완성차 업체들은 2025년까지 4단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속도로 등 정해진 구간에서는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하고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자동차가 판단해 대응하는 고도의 자율주행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다.모든 도로에서 완전자율주행차가 구현되려면 훨씬 오랜 시간과 기술 발전이 필요하지만 로보택시와 자율주행 배달 등 관련 서비스는 이미 우리 삶을 크게 바꾸고 있다. 미국 구글 자회사 웨이모는 이미 무인 로보택시를 상용화했으며 현대차(189,500원▲3,0001.61%)가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합작해 설립한 모셔널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완전 자율주행 택시 시범운행에 성공했다.
커넥티드카 이미지 자동차를 ‘달리는 스마트폰’으로 만들어주는 커넥티드카 기술도 미래차의 핵심이다. 자동차가 통신망을 통해 도로는 물론 주변 사물과 연결돼 주행·진단·정비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상품결제, 헬스케어,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의 합성어) 서비스 등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많은 애플리케이션(앱)을 차량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 탑승객 생체정보를 인식해 이를 기록하고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병원으로 이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신차의 절반이 커넥티드 기능을 갖고 있지만 2030년에는 95%까지 확대될 전망이다.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간단한 충전 인프라를 충분히 공급하는 것도 과제다. 전기차를 충전하려면 길게는 몇 시간이 걸리지만 충전시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충전케이블을 꽂지 않아도 되는 무선충전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을 무선충전기 위에 올리면 충전할 수 있도록 무선충전패드를 장착한 차량이 무선충전구역에 주차하면 연결 없이도 전기차가 충전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퀄컴의 무선충전 기술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는 전기차의 모습/퀄컴 제공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도로를 달리는 동시에 배터리를 충전하는 ‘무선충전도로’ 기술도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로 아래 충전시설을 매설해 전기차가 달리는 도로 위에서 즉시 전력을 공급하는 무선충전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미국 퀄컴은 전력을 받는 수전 패드를 단 차량이 송전 패드가 설치된 도로를 달리면 배터리가 자동 충전되는 전기차용 무선충전 시스템 ‘퀄컴 헤일로’를 개발했다.스마트폰을 이용해 택시·대리운전·렌터카·차량공유 이용과 주차·차량관리 등 차량 관련 서비스를 스마트폰 앱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 시장은 특히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의 역할이 크지만 완성차 업체들도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