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읽기 (5) – 8월의 크리스마스 (Christmas In August, 1998)

곧 8월이다.이 더위도 누그러질 것. 문득호·진오의 첫 장편 데뷔작인<8월의 크리스마스>이 떠올랐다. 1998년 공개 때 봤으니 어느덧 20여년이 지난 옛날의 영화가 됐다. 이 작품은 여러가지로 말하는 작품이다. 순수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말할 때에 떠올려대표적인 작품의 하나이다. 무엇보다도 허·진오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였지만 놀랍게도 오·승욱가 극본을 썼다. 오·승욱은 “킬리만자로”(2000)와 “불한당”(2015)의 2개만 연출했지만 박·챠은욱과 함께 최고의 작가 주의 감독으로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한국 영화 음악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마· 진 호와 연대 철학과 동기인)조·선우의 음악이 화면 곳 곳에 자수된 작품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90년대를 풍미한 한·솟큐과 심·배추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심·배추는 1995년”아 치 바보 바보”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뒤”인터뷰”(2000년)불과 6년간 7편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영화계를 떠났다. 지금까지 심·배추를 오래 기억시킨 작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8월의 크리스마스>이다.

엔딩에서 다시 찾은 초원사진관 앞에서 미소짓는 다리미

플라타너스 옆의 초원 사진관과 둘이 함께 스쿠터를 타던 장면 등은 지금도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 다시 한번 보면서도 이별보다 사랑의 감정이 더 오래 마음 속에 남았다. 불치병 어떻게라는 신파 같다기보다는 너무도 절실한 것에 애틋한 사랑에 마음이 한없이 떨렸다고 할까. 사진관 소파에서 자고 있는 다림(심·배추)를 지켜보는 정원(한·솟큐)의 웃는 얼굴. 연락이 끊겨사진관 앞을 서성거렸다 다림이 쇼 윈도의 창문을 깬 순간도… 다림은 정원의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른 뒤 다시 찾은 초원 사진관 앞에서 다림은 정원이 남긴 사랑을 발견하고 웃었다. 호·지노는 슬픈 이야기도 이렇게 아름답다는 사실을 펼쳤다. 엔딩에서 들리는 정원의 나레이션이 귓가에 남는다.”사랑을 아낀 채 떠날 수 있었던 당신에게 감사의 말을 남깁니다.”시시각각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에도 항상 웃을 수 있었던 이유도 사랑 때문이었을 것이다. 원·가이의 “화양 연화”처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또 보고 싶을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8월의 축복과 같은 만남을 잊지 말라는 이 따뜻한 이야기를. 평범한 사진관 주인과 구청의 주차 단속원이 보이고 준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R/T;97(2022.7.16)

8월 크리스마스 감독 허진호 출연 한석규, 심은하 개봉 1998.01.24. / 2013.11.06. 재개봉

8월 크리스마스 감독 허진호 출연 한석규, 심은하 개봉 1998.01.24. / 2013.11.06.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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