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세계가 화면 앞에 나타났다.마치 동화 속 세상 같았다. 모든 것이 하얗게 덮여 있다.
이게 뭐지?처음에는 뭔가 싶어서 다음 사진을 보니 필리핀 화산 폭발 후 현지 사진이었다.
<1월 14일> 밤늦게 페이스북 메신저가 하나 왔다.

필리핀의 타알 화산 폭발에 따른 지원 요청을 받았다.무엇보다 현지에서 마스크에 대한 소요가 많다는 얘기였다.화산재와 함께 분진 등이 심하다는 얘기였다.
<1월 15일> 이른 아침 이 문제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마스크 공장이 있는 곳 3곳에 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지금 필리핀 마닐라 화산이 폭발해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화산 폭발로 인해 화산재와 분진이 날아가 현지에 있는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후원이 가능하다면 후원을 요청합니다.(마스크 만 장 정도)
답장이 막 왔다.한 곳은 어려울 것 같아.한 곳은 무보수로 한 곳은 원가만 받고 보낸다.
그래서 마지막 업체에 메일을 보냈다. 가격 조정을 해서 일단 5000개 정도 주문 예정이고 후원 상황을 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생각보다 무게는 별로 없지만 부피가 크다는 단점.700개의 마스크가 들어가는 1박스가 55*45*305000개면 이런 박스가 7~8박스인데.. 더 많아지면 가져가는데 비용도 더 들 것 같다.
항공사 3사에 물건을 보낼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메일을 보낸다.
<1월 16일> 마스크를 기부받기 위한 공지를 블로그에 게재했다.필리핀 화산 분출 지역에 마스크 5,000~10,000개 정도를 보내기 위한 모금을 합니다.관심있으신 분은 000에게 보내주세요. ^^
그리고 물품을 가져가기 위해 위탁 수화물로 부쳐야 하는데 박스가 10박스 정도가 돼서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나올 것 같다.제주항공,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3개사에 협조 요청 메일을 보냈다.혹시 배송비를 조금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내용이며 그렇게라도 후원을 요청한다.
그리고 필리핀에 가면 마닐라 공항 세관에서 문제 삼을까봐 영어공부를 하나 써달라고 요청했다.뭔가 할 일이 많아졌어. 기부물품을 보내는 것도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1월 17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자사 상황이나 자사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에 어렵다고 연락이 왔고, 제주항공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네요.기부금 1,513,000원 총액 + 본인 기부금 조금 포함해 일회용 마스크 6,000개 주문한다.
6,000개 주문 확인 후 항공권 발권(성인용 4000개, 어린이용 2000개) 토요일까지 마스크를 받기 위해 다마스퀵으로 신청하면 된다.(퀵비 50,000원)
아시아나로부터 메일 연락이 왔다. (지원이 어렵다.) 09:45
아쉽지만 제안하신 내용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당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현재 사회공헌활동을 하기 위한 담당자들도 있으며,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 내외적인 여건(회사 경영주 교체 등) 등으로 후원이 어렵다는 것을 통보받았습니다.”
대한항공에서 이메일 연락이 왔다 (지원이 어렵다.) 15:27
화산으로 인한 피해 주민 여러분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지원을 해야 마땅하나, 현재 당사의 사회공헌 활동은 연간 계획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모든 활동 및 기부는 당사가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이러한 이유로 요청하신 제언에 대해 지원이 어렵다고 말씀드립니다.”
대답을 듣고 보니. 아시아나항공의 답변이 회신 속도도 빠르고 훨씬 솔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처럼 항공 배송 지원이 어려워졌으니 어떻게 할 방법이 필요했다.
퇴근길에 있는데 9시가 넘어서 전화가 왔다. 마스크퀵 도착했대.내일 올 줄 알았는데… 전화를 받고, 그것들은 받아두라고 하고, 다음날 받기로 했다.
<1월 18일> 토요일이다. 주말인데 뭐 때문에 바빠. 교회에서 행사가 있었다.행사에 참석하다 쉬는 시간에 어제 온 마스크 박스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박스는 총 10개, 이걸 어떻게 해야 되지?
일단 박스 수를 줄이기 위해 박스를 다 열어 넣어봤더니 500개 한 박스가 700개 한 박스가 됐다.최대한 상자를 열어 부피를 줄이고 구석구석 넣었다.
나는 박스 작업 도중에 나가야 했어. 교회 중고교 신입생 환영회가 있었다.하던 작업은 다른 권사에게 맡겨놓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밤 10시다.
늦은 시간에 내일 보낼 박스가 혹시 공항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혹은 박스를 같이 들어주실 분들이 있는지 찾기 위해 인쇄물을 만들었다. 기부물품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안내문과 물품을 함께 옮겨주세요. 이것들이 도움이 돼야 하는데 하는 마음으로 출력하고 내일 출발할 준비를 하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새벽 2시가 넘었다.
<1월 19일> 아침에 일어나기가 좀 힘들었어. 졸리기도 했다. 그래도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서둘러 나와 교회 중고등학생회로 향했다.모임이 끝나고 오전 예배를 드리고 점심식사를 하고 어제 마무리하지 못한 박스 작업을 한 뒤.박스에 이 물품이 기부물품임을 알리는 안내문을 붙이자 제법 기부단체에서 보내는 물품다운 모습이 갖춰졌다.
차에 짐을 실으면 트렁크에 다 들어가지 않아.
ㅜ.ㅜ좌석 뒷좌석에도 하나 더 태워도 공항으로 달린다.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짐을 배달해줄 사람을 찾기 위해서……
문제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시작^^;; 박스가 너무 많다. 카드 하나에는 어렵다.
카트 두개로 분리^^
공항에서 그래도 도와주실 선생님을 한 명 만나 도움을 얻었다.(감사합니다.)빼꼼^^)
짐도 붙이고 티켓팅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그런데 시스템이 다르다. ㅜ.ㅜ
제1공항과 제2공항 시스템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1공항은 항공사마다 여행지에 대해서 각자 카운터를 여는데 여기는 그게 아니라. 대한항공 전 지역 카운터를 통합 운영했다.그래서 마닐라에 갈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어.카운터 앞에 짐을 붙여놓고 마닐라로 가느냐는 질문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어.
첫 번째 계획은 수하물 붙이는 분들이 있을 때 짐을 하나씩 더 붙여달라거나 짐이 없는 분들에게 보내달라고 하려다가 마닐라행 승객을 찾기가 힘들어 결국 박스를 2개씩 묶어 보내기로 했다.위탁수하물로 돈을 지불하고 보내기로 했어.직원에게 상황을 말하긴 했지만 원칙만 얘기한다.기본 수하물 1개 무료. 나머지는 첫 번째 박스는 10만원, 두 번째 박스부터는 15만원씩 결국 박스 7개를 4개로 만들었는데 모두 가져가려면 40만원이 든다는 것.휴~~~15만원이면 마스크가 몇 개 있는데. ㅜ.ㅜ라는 생각이 잠시 후 고민 끝에.결국 마지막 두 뭉치를 찢어서 하나는 수화물로 들고 들어가고 나머지는 다시 들어줄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25만원이 아까웠지만 해외 택배를 보내는 것도 만만치 않아 최대한 빨리 많이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다른 물건은 다 보내고 마지막 남은 박스 하나!! 카트를 끌면서 마닐라로 가실 분들을 찾아 물어봤는데 도움을 받을 방법이 없었다.ㅜ.ㅜ결국 비행기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에 한 상자(700개)는 포기해야 했다.
이렇게 6개의 박스를 들고 마닐라로 향한다.
마닐라에 도착해서 또 한번의 고비와 초조함.과연 잘 챙겨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걱정이다.괜히 세관에서 불평하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도착시간보다 조금 늦었지만 수화물이 늦게 나와서 조금 더 늦었다.그래도 박스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기뻤어요.
필리핀 마닐라 지역 타알 화산 분출에 따른 기부물품 전달(마스크)
카트 두개 나눠서 넣고 나오는데 운동할걸 그랬어.이걸 끌고 한참 가면 손님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 공항과는 확실히 많이 달랐다.공항에 출국장에서 사람이 기다리는 게 아니라. 출국장 밖 버스 정류장이나 택시 승강장에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카트 2개를 끌고 가는 게 아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내리막길까지. ㅜ.ㅜ
거기에 카트를 잡아당겨주는 직원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동선이 먼 줄 알았다면 직원에게 요청할 것을 하는 후회를 다 내려와서 하게 됐다. ^^;;
모두 내려와서 만나기로 했던 선교사님을 기다렸다.(짐을 풀고 사람을 찾으러 삼마리~~^^)
잠시 기다려보니 저에게 화산 소식을 전해주신 신명근 선교사를 만나 마닐라 남부 지역에 계신 고광대 선교사가 나와 주셨다.일요일 저녁 선교사들의 예배를 보고 일하느라 바쁜 날인데 이렇게 멀리서 나와줘서 고마워.^^
고광태 선교사님과 함께
신명근 선교사와 함께 고광태 선교사는 이름만 듣고 여자분이 오실 줄 알고 여자만 찾았던 것 같다. ^^;; 가끔 내 이름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도 해.
이제 기부 물품은 모두 고선교사의 차에 실렸다.저의 임무는 여기까지^^
차와 비행기를 여러 번 타고 지금까지 건네진 마스크가 꼭 필요한 곳에 쓰이길 바란다.마스크를 차에 넣어놓고 숙소로 안내해줬어. 숙소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당시 현지 상황을 들었다.식사한 시각이 아마 밤 11시 반 가까이 된 것 같아.^^화산 폭발 당시 화산재로 인해 온천지에 눈이 올 줄 알았다는 말과 함께 유황 냄새와 분진으로 힘들었다며 인근 지역에 한국인이 3000여 명 있는데 영사관 측에서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조금 답답했다.이후 영사관과 한인회, 선교사들이 함께 회의를 하면서 현지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
현재 화산 경계 4단계 발효되고 있으나 낮출 수 없는 이유는 현지 화산봉에 물이 마르고 미세한 지진이 계속되고 있어 낮출 수 없으며 조만간 화산이 활동할 수 있다. 아무래도 장기간 지속될 것 같아 관심이 필요하다.마스크도 그렇고 생활물품도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 같아.
아이들의 속옷, 생리대, 캔 음식, 라면, 마스크 등이 필요하다.옷은 너무 많다 급하게 마스크가 필요했지만 구할 방법이 없고 현지에서는 품절된 상태라 며칠 동안 물량 확보를 하기 어려웠다.한인회장이 서둘러 2만개 정도의 물량을 요구했다.조금씩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셨다.
무엇보다 이렇게 상자에 담아 물건을 가져오는데 세관에 잡지 못하고 온 게 신기하다.보통 필리핀 세관에서 한 품목을 이렇게 들여오면 세관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번 상황을 보면서 세계 각지에 있는 한인회와 선교사분들이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이 마스크는 현지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될 것이다.누군가에게 전해져도 의미 있고 소중하게 전해지면 된다.
식사를 마치고 조금 더 이야기를 했는데 새벽 2시쯤이 되어서야 이야기가 끝났다.
<1월 20일> 5시에 일어나서 씻고 비행기를 5시 35분쯤 되어서야 비행기를 타러 나왔다.샌딩해주는 필리피노 씨가 몇 시 비행기냐고 묻는다.7시 비행기다.그럼 빠른 길로 갈게.고마워 너 어제 온거 아니야?맞다 무슨일로 온거야?나는 마스크 주러 왔어.화산 폭발로 피해 때문에 왔나.맞다 나는 어제 저녁에 도착했어.오, 크레이지… 현재 상황은 화산 경보 레벨 4다. 지금 위험한 상황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공항에 도착했다.친구는 나를 위해 사람이 가장 붐비는 곳에 내려주었다.나는 이 친구에게 몸조심하라고 말하고 내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짐은 작은 파우치백 중 하나였다.이제 몸만 비행기에 태우고 가면 돼.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공항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짐 검사를 마치고 돌아오면 현재 시각 : 5시 52분 새벽이라 사람이 없겠지. 없지…
발권 카운터에 줄이 엄청나다.새벽이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인산인산이다.
또 다른 위기가 닥쳤다.이러다 비행기 놓치는 거 아니야? ㅜ.ㅜ
마음이 급해졌다. 발권 카운터 줄이 짧은 쪽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줄 서 있는데 늦을 것 같아.무엇보다 발권 직원이 업무 처리 속도가 한국과 다르다.
아, 고고…
앞에 선 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금 줄을 서서 발권했다.후…
벌써 끝난 줄 알았는데… 출국 이미그레이션에 줄이…
대박 발권 카운터보다 길어.나 오늘 갈 수 있어? ㅜ.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외국인 줄에 있던 나를 내국인 쪽 짧은 줄로 옮겨준다.
아, 조금 더 일찍 갈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내 앞에 단체 손님이 10여 명 들어온다.우와… 어떻게 해.시간은 계속 흘러 출발 30분 전인데 내 앞에는 아직 10여명의 사람이 있다.티켓에는 30분 전에 탑승구를 닫으면 무서워하는 문구가 적혀있어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다시 한번 플리즈…. 마이플라이트 세븐 아크록…. 쏘리 쏘리……
결국 표를 보여주며 양해를 구하고 전방으로 향했다.이미 그레이션을 통과한 시간이 6시 40분.
109번 탑승구를 향해 달렸다.배는 고프고 저가항공이라 기내식은 없고… 뭐라고 사갈까? 그만둘까?
음식점을 지나 상점을 지나 수만 번 고민한다.
가게에 갔더니 사람이 많아서 패스 결국 물 하나와 사람 적은 곳에서 샌드위치 하나 사서 뛰었다.
거의 마지막에 게이트에 도착했다. 내가 탈 비행기 라스트콜이 계속 나온 6시 45분쯤 비행기에 들어왔다.
끝까지 긴장을 끊을 수 없다.아고 고고고
이렇게 내 물품 기부와 전달 미션이 모두 끝났다.설마 비행기도 탔는데 회사까지 가는데 이제 진짜 끝이지?
비행기 좌석이 창가라서 타고 바로 화장실 들러서 이번 프로젝트 건 마무리하고 샌드위치 먹을까 말까? 고민이다. 먹고 바로 못 자는 나는! 귀마개를 하고 바로 취침 모드에 돌입한다.
잠자리 들고 있는데 등받이에 울리는 진동 마사지 모드…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그래도 피곤해서 취침 모드가 아닌 기절 모드로 눈을 뜨면 당진 상공위다. 서해대교가 보인다.
그리고 인천공항도착!! 와오!! 입구에서 한국으로 오신걸 환영합니다!^^
짐도 없어서 바로 심사받고 가야해요.
짐 없이 제일 먼저 나와서 정말 좋네요.이번 미션이 완료되었습니다.
글 따라오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기분좋게 룰루랄라 입국심사를 마치고 차를 찾으러 가야하는데…
뭔가 차가운 이 공기가 들어올 때와 나올 때의 느낌이 다르다.
에어아시아가 나를 내려준 공항은 1개.
나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탄 곳은 제2공항.
나는 누구, 여기가 어디야?배는 고프고 회사는 가야 하고 차는 찾아야 하고.
결국 공항셔틀버스를 타고 두 공항으로 역주행 마닐라공항에서 산 샌드위치 폭풍 흡입
그리고 회사로 직행!!
~~~~~~~~~~~~~~~~~~~ 이후 추가 내용
필리핀에서 온 사연 마스크가 이렇게 전해지고 있습니다.선교사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