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행 비행기표를 샀다. 티켓이 편도다. 편도표는 돌아오는 날짜를 확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출발일은 정할 수 있지만 언제 돌아올지는 모른다. 그게 만약 내일이더라도. 대충 돌아오는 날짜를 잡아볼까 했는데 굳이 요금을 내고 날짜를 옮기는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내일은 하나님의 몫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편도표는 내 주거지가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이제부터 나의 주거지는 베이징이다. 한국에 오려면 거기서 왕복 티켓을 사야해. 돌아갈 곳이 거기 때문이다. 내가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더 명확해졌다. 이제 내가 있을 곳은 베이징이다.
편도표는 끊이지 않는 것이다. 더 이상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다. 아무리 좋아하는 산자락길, 성곽길, 돌담길, 궁궐담길이라도 뒤를 걸을 수는 없다. 내 걸음은 앞을 향한다. 거기에 태양과 바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인생이란 길은 누구에게나 아군이다. 간절히 원했다면 언젠가 한 번이라도 다시 돌아온 적이 있을까. 아무리 소중한 순간도 고통의 순간도 지나칠 뿐이다. 지금까지 지나가던 밝은 대로도, 울퉁불퉁한 오솔길도 절대 다시 갈 수 없는 외길이다. 그래서 오늘 나의 외길이 소중하다. 베이징행 편도표가 그것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