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 영어로 [2021-52]「 천문학자는 별을

직업 중에서도 보기 드문 천문학자인데 별을 보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별을 보지 않는다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아이러니한 제목도 호기심을 끌었고 검은 하늘에 무수한 별이 담긴 책 표지도 마음에 들었다.게다가 작가가 젊은 여천문학 박사라니!과학자라면 흰 가운에 머리가 하얗고 안경을 쓴 아이슈타인 스타일의 과학자만 떠올렸을 텐데 이런 반전이~ (편견이 무서워!) 거기서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놀란다.어려서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왔고 토대가 든든한 독서가라는 사실이다.전공은 이과지만 이 책은 문과생이 쓴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글이 좋다.이런 사람들 보면 정말 부럽다!!! 저는 전형적인 문과생이라서요. ㅜ.ㅜ)

프롤로그에서 보면 천문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부터 계속 공부하고 직업까지 이어진 이유가 있다.”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저게 도대체 뭔가를 하고 싶은 일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다툼을 만들어내지 않는 위대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TV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 삶의 방식을 바꾸는 영향력을 가진 것도 아닌 그런 것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이 걸리는 곳에 끝없이 전파를 흘려 전 우주에 과연 ‘우리뿐일까’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해.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13쪽)-나는 과연 이렇게 무언가에 즐겁고 오래 몰입할 수 있을까. 그게 있다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주의 이해라는 교양 과목을 가르치면서 우리 역사자료에서 천문기상관측 자료를 무엇이든 찾아 분석해 보라는 과제를 제시한 일화도 참신했다. 자신이 학부 시절 쓴 ‘소빙기(littleiceage)’와 조선왕조실록을 샘플로 보여줬다고 한다. 그리고 일주일이 달라 반짝거리는 학생들이 있었다는 부분에서는 교사인 나도 왠지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살펴보면서 자신만의 결론을 찾아보는 기쁨, 남의 글을 쥐어짜지 않고 오로지 스스로 담백하게 써보는 즐거움을 발견한 친구들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을 오로라 혜성 초신성 빙하기 같은 얼핏 엉뚱한 단어와 함께 논할 수 있음을 아는 것은 우리만의 달콤한 비밀 암호 같았다.(51쪽)

그리고 대학이 가져야 할 진정한 의미를 지적한 문장도 좋았다.대학이 고교 연장선이나 취업준비소여야 한다. 대학이 학문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공부라는 것을 좀 더 깊이 해보고 싶은 사람, 배움의 기쁨과 지식의 고통을 젊음의 한 조각과 기꺼이 교환할 의향이 있는 사람만이 대학에서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존중하고 경제적 부를 축적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56쪽).

주제에 몰두하는 직업을 가진 작가는 엔조이의 의미도 다르게 해석한다.하나하나 검색해 보고 찾아 읽어 보고 자료를 분석하고 그래프도 다양하게 그려 본다. 그래서 한 단계 전진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마, 아주 즐거운 시간이야. 그리고 그 즐거운 지루함이 자연의 한 조각을 발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면 최고야.외국 연구자와 영어로 메일을 주고받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들의 메일이 엔조이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파일을 첨부하면서 즐겁게 보내라고 써 보내는 것이다. 우리 지도교수님은 그런 문자를 받으면 이 친구가 골치 아픈 걸 보내면서 뭔가를 즐기라고 하다니 괜히 핑퐁 섞인 한마디를 하시는데 사실 본인도 벌써부터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다(79쪽)-정말 이 공부(?) 같은 이 직업을 즐기고 기뻐하시는 게 느껴진다. 발견의 즐거움!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을 다룬 이야기는 정말 화가 나고 실망했다. 한국 언론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할 때가 많은데 이 천문학자도 그 점을 아쉬워했다.언론은 어쩌면 사람들은 대단한 과학자들을 집중 조명하고 싶어한다. 고난을 극복한 영웅담에 빨리 감탄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과학자를 많이 키우고 그중 한 명이라도 대단한 과정을 지지하거나 지켜보는 것은 별로 인기가 없는 것 같다.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어디선가 훌쩍 나타날 리 없는데(146쪽)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 중 가장 놀란 것은 천상열차 분야 지도가 한국 만원권 뒷면에 새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너무 많이 써본 지폐에 이런 우리 과학 이야기가 담겨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앞으로는 이 1만원권을 꺼낼 때마다 다시 보일 것이다.

혼천의와 보현산 천문대 망원경 뒤 배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수많은 동그라미가 한반도의 옛 밤하늘을 담은 지도, <천상열차 분야 지도>이다.

섣달 그믐달 구분도 헷갈리는 문구점 나도 이 책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어린 왕자의 한 장면을 호기심 있게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수정하고 싶어하는 이 박사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게다가 김하나의 ‘책읽기 아웃’으로 작가와의 대화 팟캐스트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들었다. 문장도 잘하고 말도 잘하고 게다가 과학자라니! 뒷면지에 ‘뒷면지 재활용’ 도장을 찍는 게 휴식이라는 농담과 유머도 좋다. 김하나 작가도 같은 말을 했는데 이분의 다음 책은 또 어떨지 궁금하다. (그는 언제 책을 낼지 단언하지 않는다. 책만 이야기가 쌓이면 그때 책이 나온다고 한다.

심심할 때마다 이 책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유쾌해질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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