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 크루즈를 극장에서 처음 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인 1987년 12월 개봉한 탑건(Top Gun)에서였다. 탑건은 미국 최고의 조종사라 할 수 있는 해군 소속 조종사 중 최고(The Best of Best) 조종사를 일컫는 용어다. 육지에 있는 활주로를 이용하는 육군 소속 전투기 조종사와 달리 거리가 짧고 파도 등으로 불안정한 항모 활주로에 착륙해야 하는 해군 소속 전투기 조종사는 전 세계 전투기 조종사 중 최고의 기량을 자랑한다.
20대의 탐 크루즈
20대의 탄탄한 몸매 전편 <탑건>에서 톰 크루즈는 폭발할 것 같은 20대 청춘의 외모와 육체를 자랑. 원래 고등학교 시절 레슬링 선수 출신이었던 그가 영화 속 동료들과 함께 비치발레를 하는 장면은 남자인 나로서도 부러울 정도의 몸매를 자랑했다. 이른바 살인 미소(killingsmile)의 톰 크루즈는 극중 ‘마버릭(Maverick)’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기존 규범에 저항하는 반항아로 특히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으로도 유명했는데 베를린의 ‘Take My Breath Away’의 감미로운 노래와 당시 글로리아 에스테반이라는 여성 보컬이 속한 마이애미 사운드 머신(Miami Sound Machine)의 ‘Hot Summer Nights’, 케니 로긴스의 ‘Danger Zone’과 같은 격렬한 비트의 음악은 몸 속 스테로이드를 분출시킨다.
(2785) Kenny Loggins – Danger Zone (Official Video-Top Gun) – YouTube
이번에 무려 36년의 공백을 깨고 속편인 〈탑건: 매버릭〉이 공개됐다.세월이 흐르면서 영화는 중년의 톰 크루즈가 등장한다. 얼굴에는 세상의 풍파를 머금은 주름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는 탁월한 무공에도 불구하고 반항아적 성격 때문에 진급에 밀려 대령에 머물고 있다. 전편에서 그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아이스(발킬머)’는 해군 제독으로 승진했지만, 그는 아직 현장에 있다가 무인 드론기로 교체하려는 정부 정책 때문에 곧 물러날 퇴사 위기에 처했다. 그나마 과거 라이벌이었던 ‘아이스’ 제독의 보호로 명예제대가 연기됐다.
임무를 위해 선발된 탑건 파일럿
전편에서 자신의 동료였던 구스의 아들(마일스 텔러 역) 그런 그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핵무기를 불법으로 제조하려는 비밀 핵무기 기지를 폭파하기 위해 탑건 출신의 젊은 조종사를 훈련시키는 임무다, 문제는 그 젊은 조종사 중에 과거 자신의 팀 동료였으나 사고로 사망한 구스의 아들 루스터(마일스 텔러)가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루스터는 아버지의 죽음에 톰 크루즈가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에 반발한다.
매버릭(탐 크루즈)은 대공미사일 무기와 협곡의 지리적 보호를 받는 비밀 핵무기 공장을 파괴하기 위해 저공 침투라는 파격적인 방법을 도입한다. 저공 침투는 엄청난 난이도에 순발력이 필요한 조종기술로 대공미사일을 피할 수 있지만 조종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이 방식으로 그는 젊은 조종사를 훈련시키면 이에 대한 상부의 반대에 부딪혀 임무에서 탈락할 위기에 빠지는데.
이 영화의 압권은 전작에 비해 36년간 발전한 특수효과 기술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전투기의 비행과 공중전, 그리고 대공미사일을 피하는 최신 전투기 기술 등 생생한 장면이다. 4DX 스크린으로 관람하는 관객은 마치 관객이 전투기를 타고 직접 조종하는 느낌을 준다. 특히 비행 중 전투기 조종사가 받는 엄청난 중력감을 보이는데 영화 속에서는 10G까지 등장한다. 1G는 중력의 무게로 10G는 우리가 느끼는 중력의 10배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막대한 중력감에 조종사는 때때로 의식을 잃고 사고를 당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는 10G에서는 코끼리가 가슴에 올라탄 기분이래.
20대의 탐 크루즈
60세의 탐크루즈 <탑건 2>가 지닌 미덕은 중년이 된 탐크루즈의 모습과 역할이다.20대 미소년 배우가 이제 60대(톰 크루즈는 1962년생)가 됐다. 얼굴의 탄력은 사라지고 탱탱한 피부는 주름과 함께 늘어지기 시작한다. 영화 속 20대 젊은 조종사들과 해변에서 미식축구를 하는 장면에서 젊은이들의 찢어질 듯한 육체와 비교된다.
외모가 자산인 배우로서는 늙는다는 것이 관객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늙어간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톰 크루즈에게 늙는다는 것은 그리 아쉽지 않다. 오히려 그의 얼굴에 나타나기 시작한 주름이 삶의 관록과 여유를 느끼게 해준다. 나이가 들수록 젊을 때보다 오히려 더 멋있어지는 배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숀 코넬리,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등이다. 이들의 얼굴 주름은 젊은 배우들은 따라갈 수 없는 대배우의 아우라를 느끼게 해준다. 이제 탐크루즈의 얼굴에서도 그런 아우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 속 역할에서 그는 전편에서의 반항적인 모습이 아니라 젊은 조종사를 이끄는 멘토 역할, 그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역할, 그리고 냉정한 지도자 역할 등 나이에 걸맞은 역할을 보여준다. 현재 진행 중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온몸을 날리는 액션을 보면서 점점 안쓰럽지만 <탑건 2>에서는 마치 잘 맞는 옷을 입은 편안한 느낌이다. 액션 배우에서 진정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는 것 같아 팬 입장에서 행복했다.
여전히 제복이 잘 어울리는 탐 크루즈의 여담이지만 이 영화를 찍기 위해 미 국방부는 항모를 통째로 빌려줬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코로나 이후 개봉한 영화 중 오랜만에 만족도 최고의 영화를 봤다.탑건2는 현재 10억달러(1조3000억원)가 넘는 전 세계 흥행을 기록하며 전작보다 3배 가까운 실적을 보이고 있다. 탐크루즈 팬뿐만 아니라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