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수업 중에 제주도는 바닷속 화산 폭발로 인해 생긴 섬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지질학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섬이라는 것도 기억하시죠?
내가 아는 제주도의 정보는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배운 것이 전부입니다. 안타깝게도 훌륭한 뷰를 가진 레스토랑, 맛집 목록, 아름다운 작품이 전시된 전시관, 흥미로운 놀이기구 등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습니다.

이 섬에 대해 아는 것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제주도 여행의 반경도 한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과감하게 큰 기대를 안고 찾은 곳이 성산일출봉이거든요. 물론 저에게는 이곳이 고작 성산일출봉이 아니라 화산분화구가 되는 무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성산일출봉인데요.
아, 하고 싶은 말은 좀 하고 진행할게요.
저도 남들처럼 잇플레이스를 돌아다니며 감성 넘치는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는 글을 올리고 싶은데 그런 꿀 정보는 어디로 가면 얻을 수 있을까요? 가르쳐주세요。제발 저도 젊은이 감성으로 살고 싶어요. 정보를 구걸하는 블로거라니…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요.
제주도까지 여행을 갔지만 (거의 유일한 정보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자랑스러운 성산일출봉을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음 같아 이른 시간에 이곳에 올라가 ‘해돋이’를 보고 싶었지만 묵었던 숙소의 위치를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옵션이라고 판단해 해돋이 감상은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새벽 일출 감상 대신 낮에 건강한 등산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한라산을 오를 체력이 없는 사람이고 등산 혹은 등산으로는 이 정도 높이의 봉우리를 오르는 게 딱 좋네요. 모처럼 운동한 기분도 들고요.
본격적인 봉우리 정복에 앞서 잠시 들른 바닷가에서는 마침 물질을 마치고 육지로 올라온 제주도의 명물 해녀분들의 수확물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갓 잡은 생물은 신기할 뿐이네요.
화산분화구를 볼 수 있는 곳, 즉 성산일출봉의 [정상]에 오르려면 약간의 등산로 이용금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주변 산책로를 이용하는 것은 무료입니다.
나는 봉우리 정상까지 올라가 화산 폭발구를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에 5,000원(성인 1인 기준)의 입장료를 냈습니다.
봉우리 정상을 향해 걸어가는 저를 응원이라도 하는 것 같아 이날 제주도의 날씨가 좋았습니다. 무서운 강풍주의보가 내려지고 눈이 내린 전날과는 180도 다른 세상입니다. 도톰한 패딩코트가 부담스러울 정도였어요.
봉우리 정상까지 오르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요. 안내소에 공지된 정보에 따르면 25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사진도 찍고 쉬기도 하면서 봉우리를 올라갔더니 40분이 걸렸습니다. 하산에 소요되는 시간은 더 짧았습니다.
별로 힘들지도 않은데 평지를 걷는 것보다는 상쾌한 기분이 드는 코스입니다. 오르내리며 아름다운 제주도의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걷다보니 봉우리 정상에 다다랐어요. 등산복도 등산화도 필요 없는 등산이 아니라 등산 같은 ‘걷기’였습니다.
화산 분화구를 중심으로 깨끗한 테크가 계단 모양으로 깔려 있습니다. 이 테크는 여기까지 열심히 걸어온 사람들이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치였습니다.
우리 부부 역시 이 테크에 정착해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화산 분화구도 구경하고 제주도도 내려다봤어요. 우도가 어디에 있는지, 한라산은 어디에 있는지 열심히 찾아보기도 합니다.
즐거워서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힘든 등산 끝에야 볼 수 있는 멋진 장관을 너무 힘들지 않고 마주할 수 있어 좋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공짜로 대단한 걸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죠.
조금만 더 이동하면 일출봉 정상 팻말이 보입니다. 정상에 오르면 인증 사진을 찍어야 하는 법이에요. 정상 팻말 앞에 서면 마음만은 한라산 정복 못지않습니다. 뿌듯합니다.
정상을 향해 위로 올라가는 것만큼 하산길도 재미있어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나뉘어 있어 다른 경치를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있는 덕분입니다. 이 봉우리를 오를 때도, 그리고 내릴 때도 내 두 눈은 훨씬 사치스러웠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도 마음에 그는 포토존이 많아서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저와 남편은 하산하는 다른 사람들이 지나간 후에, 그리고 또 다른 하산객들이 몰려오기 전에 호다닥 포토존으로 달려가 포즈를 취하고 재빨리 사진을 찍는데 그게 또 그렇게 재미없어요.
이 산책이나 등산이 너무 즐거운지 하산 후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아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무료 탐방 구간]이라고 적힌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었거든요.
와우_해녀물질공원(?)을만났어요. 시간마다 해녀의 물질 퍼포먼스를 볼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과학책에서만 볼 수 있는 퇴적층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무질서해 보이면서도 또 뭔가 질서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봐도 신기해요. 이들 퇴적층이 모두 화산 폭발, 용암 등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더욱 신기하고.
넓고 넓은 제주에서 성산일출봉을 한 군데 걸었을 뿐인데, 저는 이 섬에서 천 가지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 섬은 보여줄 것도 많고 숨기고 있는 것도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자꾸 더 궁금해져요.
이제 저도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와 사랑에 빠지는지, 그리고 이 섬에서 살고 싶은지 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