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이 와중의 이 와중

미드<홈랜드>1~3시즌과 4시즌 이후가 다른 테마로 구성되는 드라마이다.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 등을 거론하며 중동 문제를 꽤 가까이에서 조명했으며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정보국의 업적은 물론, 그 속에 감추어진 비리 은폐, 배신, 음모 등을 그리고 있다. 알 카에다에 포로로 8년 붙잡혔다가 모두 전사했다고 생각하던 미국 해군 중사가 갑자기 생환하고 일어난 일을 그렸다 1~3시즌은 흡입력 있는 스토리 전개가 일품. 4시즌부터 별로 좋지 않다는 평가가 가끔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가 배경인 4시즌이 가장 인상 깊었다. 하는 작전마다 실패하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때의 공허함을 잘 전했다고 할까. 베를린이 배경인 5시즌에도 전반은 다소 허술하다만 절정에 가서 폭발하는 힘이 심상치 않다. 역시 롱런 하는 미드는 말 없이 믿어 봐야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천사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던 나에게 클레어·데인즈의 얼굴을 적당히 쓰는 히스테릭한 연기는 충격 그 자체. 각종 상을 휩쓴 게 납득의 몇명 연기였다.

영화 론 서바이벌 겨울왕국 1편과 같은 해에 개봉했는데 왜 더 옛날처럼 느껴질까. 2005년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씰의 레드윙 작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악명 높은 탈레반 지도자를 사살하라는 임무를 지고 투입된 대원들이 사소한 계기로 위치가 발각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야말로 숨 막히게 그렸다. 여타 전쟁영화처럼 굉음을 난사하거나 사운드트랙을 노골적으로 까는 방법이 아니라 조용하고 적막한 현장음과 실제 전장에 있는 듯한 딱 필요한 만큼의 총성 등으로 현장감을 선사했다. 이 영화의 진짜 묘미는 압도적인 절경이다. 풍경상을 100개 올려도 모자라는 장관은 절로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참으로 우연이다. 전염병 와중에 빠진 미드 <홈랜드> 덕분에 전쟁물이라면 닥치는 대로 보기 시작한 지 2주 정도 지났지만, 2020년 2월 29일 미 탈레반의 극적인 평화 합의가 이뤄져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상 최악의 911테러 이후 18년간에 걸친 그야말로 ‘끝나지 않는 전쟁’이 드디어 종식되려는 한 걸음을 내딛는 역사적 순간이고, 내가 발을 딛고 있는 땅은 다른 의미에서 역사적 순간이 되려는 와중인 것 같다. 그렇게 이 와중에 이 와중을 보내온 과정을 남겨보려고 한다.

영화 제로 다크 서티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까지 10년. CIA에 입사한 이후 12년을 빈 라덴 외에는 할애해본 적이 없는 여성 요원들의 모습을 그렸다. 막판 30분 동안 빈 라덴 요새 같은 집에 네이비 실이 잠입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현장에 있는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국으로 귀환하는 여주인공에게 조종사가 “어디로 모시겠습니까?”라고 묻자 대답하지 못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평생 빈 라덴만 쫓아다니며 정작 그가 갈 곳은 없었던 것이다. 하트 로커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가 또 하나 낳은 명작. 제시카 채스테인의 각종 상을 휩쓴 명연기 또한 일품. 크리스 프랫(クリス·のラット)의 장난치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

영화”트리플 프런티어”이것은 전혀 다르지만 그냥 정말 의식의 흐름에 맡겨서 보게 된 영화지만 전 미군 특수 부대 요원들이 남미 마약 왕의 검은 돈을 주기 때문에 작전을 세우는 내용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필름은 항상 용두사미로 끝날 문제를 공통으로 갖고 있는 듯하다. 참신한 소재와 개성 있는 캐릭터로 웅장한 출발을 알리는데 후반이 될 정도로 항상 힘이 들어갔다. 넷플릭스 오리지날 드라마도 마찬가지. 이는 대부분 기승전결이 없는 연대기의 느낌. 단지 일어난 일을 차례로 열거했을 뿐이다. 요즘 매우 좋아하고 있는 찰리·하 자귀 나무가 아니면 3개 별도 아쉬운 것이다. 이렇게 일기로 적는 것이 아니라 리뷰에서 쓰려고 했는데 이 와중을 극복한 방식과 극적으로 열린 미국-아프가니스탄 평화 협상이 묘하게 오버랩되자 신기하고 일기로. 다음 주 중에 갖추고 리뷰화해야 겠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oDaQhiH33_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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