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불법 노골적인 국제결혼 버젓이 광고단속 시급하다 요즘 유행하는 브이로그(VLOG일상을 촬영한 영상일기)인가 했더니 사실 국제결혼 광고였어요.직장인 이모 씨(38)는 최근 유튜브에서 동남아 여행 콘텐츠를 검색했다. 우연히 접한 영상을 보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떠나지 못한 해외여행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시청한 콘텐츠가 국제결혼 홍보물이었기 때문이다.이씨는 “풍광이 좋은 유명 관광지 곳곳을 보여준 뒤 ‘같이 살고 싶으면 연락을 달라’는 자막이 나왔다”며 “과거 전단지에서 보던 노골적인 국제결혼 광고가 모바일 시대에서 교묘하게 변형되면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권 침해나 특정 국가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일부 국제 결혼 광고를 금지하는 법안이 마련되는 등 규제가 강화됐지만 최근 유튜브 채널이 단속의 사각 지대로 꼽힌다.5일 현재 유튜브 검색창에 국제 결혼과 일부의 국명을 넣으면 관련 게시물이 100여건 몰린다. 대부분이 “이상의 고백”과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로 보는 풍경”등 일상의 모습을 촬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주 여성의 얼굴과 나이, 신체 조건 등을 함께 공개한 국제 결혼 홍보 영상이다.한 업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2주일 격리조차 감수하면 당장 이달 중에 만나러 출국할 수 있다”라고 공시했다.여성 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국제 결혼 불법 영상 광고는 4115건으로 2018년(615건)보다 7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결혼 중개업 법에 의하면 중개업자는 국가·인종·성별·연령·직업 등 편견과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내용을 광고하지 못하고 당사자의 동의 없이 사진이나 영상 등에 게재해선 안 된다.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에 서버를 둔 업체나 인터넷 카페 등과 달리, 유튜브를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한국 이주 여성 연합회의 한·지영이 회장은 “국내 사이트와 인터넷 카페와는 달리 해외에 채널을 개설한 유튜브의 경우 불법 광고를 발견했다고 해도 폐쇄 조치를 내리기는 어려울 “이라며”이 때문에 해당 국가와 합동으로 단속에 나서거나 양국 시민 단체가 모니터링에 나서는 등 협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호·영숙 한국 이주 여성 인권 센터 대표는 “불법 중개업 광고의 문제는 이주 여성을 상품화하는 혼인 결정권이 전면적으로 남성에게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준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허 대표는 “특히 최근 유튜브에는 해외 여성은 한국이 좋아서 오고 싶어 한다는 편견을 조장하는 콘텐츠가 상당수 있다”로서 “일부 당사자는 자신이 보낸 영상이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고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될 충격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주민센터 친구 이진혜 변호사는 “브이로그 형식으로도 (영리를 추구한다면) 광고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고 유튜브 채널도 법이 규정한 운영 방식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업체들은 과거와 달리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 중이라고 해명한다.구독자 1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한 국제결혼업체 관계자는 “남녀가 똑같이 프로필과 사진을 주고받도록 유도해 양쪽 동의 의사를 얻은 뒤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며 “시대가 바뀐 만큼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된 국제결혼법상 이혼 후 5년간은 다른 외국인과도 혼인할 수 없다”며 “이런 경우 고객은 물론 우리도 손해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