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오래 쓰는 OT T가 의외로 웨이브다라이브러리를 열심히 찾아다니며 시험하고 있어. 오늘 유난히 기대했는데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아 내려갈 것 같은 파고 시즌4 후기를 간략하게 남겨 보려고 한다.
우선 <파고>는 좋아하는 시리즈 중 하나다. 그런데 <파고>를 언급할 때, 최근 매주 공개되고 있는 시즌 4는 생략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파고>에 빠져든 독특한 매력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연한 사건이 가져올 재앙을 다루는데 왜 전개 양상이 예전 같지 않다.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파고 시즌4는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1950년대 캔자스시티를 배경으로 이탈리아와 흑인 갱단의 권력다툼을 대세로 삼고 있다. 서로 막내아들을 맞바꾸는 이상한 전통으로 평화를 유지해온 두 조직은 이탈리아 마피아 두목이 돌연사를 맞으면서 동맹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두 조직은 어떻게든 전면전을 피하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제3자 사건과 내분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서서히 물러설 수 없는 양상으로 번진다.
<파고>시리즈는 나약하고 어리석은 인간들이 잘못된 선택과 불운이 겹쳐 파국으로 가는 과정을 연민을 배제하고 건조한 유머로 묘사하는 것이 매력이다. 시즌1에서 겁 많은 영업사원인 레스터는 우발적인 살인을 저질렀고, 시즌2에서 에드와 페기 부부는 뺑소니 사고를 내려고 했고, 시즌3인 레이는 사랑과 돈에 눈이 멀어 사고를 냈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더 나쁘고 위험한 사람들과 결합돼 속수무책으로 다가오는 비극을 피하지 못했다.
시즌4의 출발선은 조금 다르다. 캔자스시티의 위협적인 존재 파다패밀리의 두목은 신호대기 중 아이들이 장난으로 쏜 새총에 맞아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지만 사이코패스 살인마 간호사의 제물이 되고 만다. 불운이 촉발한 죽음은 살얼음판 같은 평화를 유지하던 두 경쟁조직을 잇달아 나쁜 선택으로 이끌며 파멸을 향해 치닫는다. 시즌4는 지난 시즌까지 핵심 사건에 적극 연루된 평범한 사람들을 관찰자로 밀어내며 범죄조직을 둘러싼 갈등에 포커스를 맞춘다. 무거운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조직 외 인물인 탈주범과 연쇄 살인마가 끼어들어 느와르 서사를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틀어넣는다.
쟁쟁한 캐스팅과 함께 모양새는 안정적이고 얘기는 나쁘지 않다. 단지 <파고>라는 브랜드를 생각했을 때는 아무래도 아쉽다.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재미가 줄었다고 할까. 한 시즌 자체가 거대한 슬랩스틱 코미디 같았지만 시리즈 특유의 개성이 옅어진 느낌이다. 인물의 면면이나 스토리는 까다로운 매력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블랙 코미디가 가미된 범죄 드라마에 더 가깝게 보인다. 더구나 조직 간 갈등은 이미 시즌2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왜 시즌2에 등장한 캔자스시티 마피아를 소재로 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