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4일 오세아니아 통가 부근에서 해저 화산이 폭발했다. 약 1만 km 떨어진 미국 알래스카에서도 화산 폭발음이 들릴 정도였다. 화산재와 화산가스 기둥은 19.2km 높이까지 펼쳐졌고 거대한 폭발로 섬이 둘로 쪼개져 해저 케이블이 손상돼 통신이 마비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그뿐이 아니다. 화산으로 인해 발생한 쓰나미는 일본 등 태평양 인접국에까지 전해졌다. 화산폭발력을 보여주는 화산분출지수(VEI)도 4-6 수준이었다. VEI가 6 이상이면 화산폭발로 분출된 화산재와 가스가 햇빛을 차단할 수 있고 지구 기온을 떨어뜨리는 기후 변화도 일으킬 수 있다. 이번 통가화산 폭발을 통해 해저화산은 무엇인지, 화산 폭발로 인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그림 1. 통가의 통가 통가- 통가하파이 화산에서 8분간의 대규모 분화가 일어났다. 과학자들은 위성에서 화산 폭발로 인한 충격파와 각종 데이터를 수집했다. (출처 : NASA)
해저화산은 이름 그대로 바다 깊은 곳에 위치한 화산을 말한다. 바닷속에 위치한다는 점 이외에는 지상의 화산과 다르지 않지만, ‘바닷속’이라는 환경이 지상의 화산과 큰 차이를 만든다. 예를 들어 해저 화산의 경우 화산 주변을 둘러싼 다량의 바닷물이 가해지는 강한 압력에 의해 화산이 폭발해도 그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저 깊은 곳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얕은 곳에서 폭발할 경우 수압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상 화산처럼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해저 화산의 분화 형태는 마그마 수증기 폭발이다. 해저 화산이 분화를 일으켜 1000도가 넘는 뜨거운 마그마가 바닷물과 부딪치면 순식간에 생긴 다량의 수증기가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다. 해저 화산은 거대한 바다 깊은 곳에 숨어 있어 분화를 일으켜도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분출 횟수에 비해 관찰 기회가 많지 않다. 이를 위해 항해 중인 화물선이나 비행기, 조업 중인 어선이 우연히 발견한 해저 화산에 연구자를 파견하는 형태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림 2. 해저 화산은 주로 환태평양 지진대 위에 위치해 마그마 수증기 폭발 등으로 거대한 분화를 일으킬 수 있다. (출처:위키미디어)
해저 화산은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 위에 주로 위치하는데 이번에 분화한 통가 화산은 남태평양 켈머데이크 플레이트 위에 위치한 해저 화산이다. 오세아니아의 섬나라 통가의 오른쪽 아래로 태평양판이 케르마데크 플레이트 아래로 파고들어 역사적으로 화산 활동이 빈번한 곳이다. 900100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 화산 아래로 마그마가 굳으면 바깥쪽 마그마의 일부가 식고 내부에 가스가 차게 된다. 가스압이 점점 높아지면 마치 샴페인 병의 거품이 터지듯 분화구를 통해 마그마가 내뿜어 폭발을 일으킨다. 1월 15일 통가 화산은 암석 물 마그마를 상공 30km 높이로 내뿜었고 30분 뒤에는 우주에서도 관찰할 수 있을 만큼 큰 지름 350km의 거대한 구름이 생겼다.
통가 화산 분화가 기후 변화에 영향을 주나 화산 폭발로 인해 발생한 낙진은 일반적으로 지구 기온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낙진에 함유된 이산화황(SO2)이 햇빛을 막는 차단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화산이 폭발하면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도 발생하지만 세계 화산폭발로 발생하는 연간 이산화탄소는 인간이 발생하는 연간 이산화탄소의 1%에도 못 미치는 만큼 큰 영향이 없다. 이번 통가 화산과 비슷한 규모의 분화를 일으킨 1991년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은 성층권까지 이산화황 2000만 t을 발사했고 그 결과 지구 평균기온이 0.5도 떨어졌다. 2년 뒤 한국에도 기록적으로 식은 여름이 찾아오면서 쌀 생산량이 30% 줄었다. 하지만 현재로선 통가 화산 폭발이 세계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산화황 분출 규모가 40만 t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림 3. 1991년에 폭발한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 화산폭발지수(VEI) 6으로 2000만t의 이산화황을 뿜어내 지구 기온을 떨어뜨렸다.
역사상 대규모 화산 폭발로 일시적으로 기온이 떨어진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815년 인도네시아의 탄포라 화산이 분출하자 이듬해 미국과 유럽에는 여름이 오지 않았다. 미국 동부 해안의 평균기온은 4도나 떨어졌고 6월에도 눈이 내려 호수가 얼어붙었다. 8월에는 서리가 내려 그해 농사지은 옥수수가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이상기온은 17년간 계속돼 큰 타격을 입은 농민들이 대부분 미국 서부로 이주하는 계기가 됐다. 수천 km 떨어진 곳에서 분화한 화산이 미국 서부 개발의 역사를 앞당긴 셈이다.
화산 폭발로 해저케이블이 끊기고 통신이 두절된 인공위성을 통해 통가화산의 분출 모습이 시시각각 전 세계에 전해져 화산지역에서 먼 대륙의 영향은 빠르게 전해지고 있지만 통가 피해 상황은 한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외부에서 통로로 이어지는 해저통신케이블이 절단됐기 때문이다. 통가는 같은 섬나라인 피지와 870km 길이의 해저 케이블로 연결돼 있지만 이 케이블이 끊겨 36개 섬과의 통신이 두절됐다.
그림4. 전세계의 통신은 해저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그 대부분은 화산·지진의 발생 지점에 집중되어 있다. (출처 : INFAPEDIA)
GPS처럼 인공위성을 이용한 통신은 전체 데이터 전송의 5%에 불과하다. 나머지 95%는 해저 광섬유 케이블을 별도로 전송하고 있지만 대부분 화산이나 수중 산사태, 지진 등이 많이 발생하는 지점에 많이 몰려 있다. 해저 케이블을 놓는 데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태평양 섬나라를 연결하는 지점에 케이블을 설치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화산섬이어서 지진과 화산 위협에 취약하다. 이처럼 정보사회의 생명선 역할을 하는 해저 케이블이지만 자연재해나 어업 중 사고로 손상될 수 있어 자주 보수가 필요하다.
보수작업은 탐색부터 시작한다. 우선 수중 드론 등을 이용해 손상 부분을 확인한 뒤 케이블을 들어올린다. 허벅지 케이블에는 머리카락 굵기의 통신섬유가 들어 있다. 손상된 통신섬유를 찾아내어 선상에서 통신기술자가 하나하나 수리하고, 다시 바다에 되돌리는 통신섬유만을 수리할 때는 몇 억원, 케이블안에 들어 있는 기기나 장비가 고장났을 때는 몇 십억원의 수리비용이 든다.
●후속 폭발 가능성?이번 폭발이 후속 폭발로 이어질 전조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마그마층에 갇혀 있던 가스가 대량으로 분출된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이번 폭발로 당분간은 잠잠해질 가능성이 높다. 마그마 집적층에 남아 있는 과거 대폭발 흔적을 살펴보면 1000회에 한 번씩 일어나는 대폭발을 일으킨 뒤 복잡한 연쇄적 과정을 통해 소규모 분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만약 이번 폭발이 연쇄 폭발의 시작이라면 앞으로 수년에 걸쳐 분화가 계속될지도 모른다. 통가 주민 때문에 이 예측이 빗나가기 바란다.
과학계에서는 백두산도 조만간 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통가 화산과 마찬가지로 백두산도 1000년에 한 번 대규모 분화를 일으키는 화산이지만 946년 대규모 분화를 일으킨 뒤 백두산 아래에 마그마층에 충분한 양의 가스가 모이면 백두산 분화도 시간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백두산의 화산분화력(VEI)은 7로 통가 화산의 10배에 이르는 규모였다. 당시 겨울에 폭발한 백두산 화산재가 강한 북서풍을 타고 동쪽 일본 홋카이도까지 운반될 정도였다. 만약 이번 새로운 폭발이 여름에 발생할 경우 성층권까지 휩쓸어가는 화산재가 가까운 지역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 경우 지구 기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 : 이형석 과학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 유진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