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니를 임신했고 임신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진단받았고 신딜로이드라는 갑상선 호르몬제를 처방받아 출산 직전까지 복용했다.임신에 따른 호르몬 변화로 태아는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엄마의 갑상선 호르몬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갑상선 호르몬은 태아의 뇌 발달에 중요하고 부족하면 반드시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임신부에게 일시적으로 잘 할 수 있다고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임신으로 내 몸에 이상이 생겨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비니가 태어나면서 내 갑상선 문제가 비니에게 그대로 옮겨간 것이었다.아기가 몸만 내 몸에서 빠져나온 게 아니라 갑상선 문제도 가져갔다니… 엄마인 내가 갑상선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확인한 병의 혈액검사 결과 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치에 이상이 있었다.호르몬은 정상이지만 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치가 높아 계속 지켜봐야 하는 상태였다.다행히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19년 12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짧게는 한달, 길게는 3개월 간격으로 계속된 추적혈액검사…
처음에는 갑상선에 문제가 생겨 시작된 외래 방문이었으나 신생아 황달이 있어 황달 수치를 볼 겸 간기능 검사를 했지만 또 다른 복병이 생겼다.황달 수치는 정상이지만 간 수치가 오른 것이다.그때부터 소아내분비 분과에 소아소화기과 외래까지 추가된 것이다.갑상선 추적검사를 할 때 한꺼번에 채혈해 결과를 확인해도 될 것 같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러다가 5월 말 빈이가 5개월이 된 시점에서 교수님이 갑자기 다른 전화까지 해서 간 수치가 더 상승했고 AFP까지 상승했다고 간 초음파를 한번 해보자고 하셨다.정말 마른 하늘에 천둥 같았다.그 당시 비니는 정말 한 번도 아프기 일쑤여서 잘 먹고, 잘 놀고, 아주 잘 자라고 있었다.오히려 모르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 알고 있으니 더 무서워지는 게 사실이었다.모르는 사이에 내가 아는 선에서 가져올 모든 가능성을 계산하고 있었다.비니가 괜찮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내 마음은 한없이 침몰했다.아파트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서너 살 아이들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졌다.
다행히 간 초음파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갑상선과 함께 2, 3개월 간격으로 추적검사를 하기로 했다.간효소와 근육효소 모두 문제가 생기자 어느 순간부터 근육 수치인 CPK도 상승 양상을 보였다.이를 위해 또 소아신경분과 외래가 추가됐다.많은 분들과 오가며 교수들의 외래 시간을 맞추는 건 예사롭지 않았다.외래 간호사실 선생님들도 빈의 외래 스케줄을 혼란스럽게 할 정도였다.한꺼번에 가서 해결하지 못해서 더 자주 갈 수밖에 없었다.대학병원은 그래서 가급적 가면 안 되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중간에 소변검사에서 무증상 세균뇨가 나와 소아감염 분과에 비뇨기과까지 전과된 것은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제대로 자라나는 아이인데도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병원에 갈 때마다 항상 동행해주는 멍게가 있어 그래도 큰 힘이 됐다.소아 외래를 가면서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병원에 다니니?”라고 호야에게 하소연하면 호야는 장난스럽게 말하곤 했다.너 너무 슬퍼하지마~ 빈이랑 밖에 바람 맞으면서 외출할거라고 생각하자.호야는 그때 나보다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빈은 아무 문제 없다고^^
병이 11개월 된 달 갑상선 자극 호르몬이 정상 범위에 들어왔다.처음 병원에 오게 한 갑상선은 종결됐지만 간과 근육 수치는 여전히 우리를 놓아주지 않았다.특별히 약을 먹는 것도 치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단지 추적 관찰만으로 1년 넘게 하는 상황에 지쳐 이제는 조금 담담한 마음으로 외래로 혈액 검사를 하러 갔다.그동안 빈 외래는 항상 멍게가 함께 다녔지만 하필 오늘 마침 일정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지만 세상에 반가운 소식을 혼자 마주했다.

피투성이 때부터 17개월간 영문도 모른 채 채 채혈을 해야 했던 순댕이 오늘부로 끝이다.
엄마, 간 수치가 정상적으로 들어왔네요. 근육 수치도 정상입니다.이제 졸업해도 되겠네요.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교수님이 말씀하셨다.(사실 교수님이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레지던트를 돌 때 저는 소아혈종 간호사로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던 분이었다.그래서인지 그동안 편의를 더 좋게 봐준 것 같아 감사했다.
그동안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이었는지… 너무 좋아서 교수님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몇 번 했는지 모르겠다.OT/PT 39/15, CPK 169… 그렇게 보고 싶었던 간효소와 근육효소의 정상값이다.간호사로 일할 때 셀 수 없이 본 수치지만 내 아이 때문에 겪으니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아는 게 아프다고 해서 다른 관련 질병이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잘 먹고 잘 놀고 잘 크고 있으니까 괜찮을 것 같다.가도 문제가 발견되면 어쩌나 싶었다.수없이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시간이 약이었다.양육은 기다림의 연속인데.커지는 과정이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무려 17개월이 걸렸지만 내 아이가 ‘건강하다’는 걸 증명했으니 그걸로 됐다.나는 이제 비니가 지금처럼 건강하게 자라주면 바랄 게 없다.마음은 비록 힘들었지만 부모님으로서 우리가 비니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깨달았다.오로지 건강 그거면 된다.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간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야 한다.하나님의 아버지(저는 무교입니다만),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