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수술 이야기 2021.02.1 8.

2011년 10월 12일밤,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갑상선 반절제 수술을 했다.10년 동안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 너의 설명이 귀찮아서..하게 될 포스팅..

갑상샘암은 보통 다른 암처럼 고생을 크게 하지 않고, 내 경우엔 정말 고생을 안 해서 내가 암병력 제목을 붙이고 있기가 좀 부끄러울 정도지만 어쨌든 병력은 있다.

그때는 없던 암센터가 지금은 있어.

  1. 진단은 어떻게 아셨어요?하는 질문부터 시작한다그때 나는 늘 피곤했고 지하철 계단을 내려갈 때 특히 떨어지는 현기증을 느꼈다.
  2.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해서 갑상샘 질환이 있나? 하는 생각에 인근 갑상샘 전문병원을 찾았다.
  3. 그래서 간단한 문진 후에 하게 된 피검사, 초음파기본적으로 갑상샘질환 검사는 이 두 가지를 실시한다.
  4. 그리고 곧바로 이뤄진 세포검사 초음파만 봐도 암은 형태가 다른 것 같다.초음파를 보던 선생님의 표정이 안좋아지더니 갑자기 미세침 검사(너무 길어서 명칭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를 해야한다고 말씀하셨다.
  5. 갑상선 부위 자체에 기 – 큰 장관을 찔러 세포를 채취하여 이것이 암인지 알아보는 검사.
  6. 검사 후 선생님께서 일주일 뒤에 검사 결과가 나올 테니 기다려 달라고 하셨지만 역시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7. 선생님의 심각한 걱정스러운 표정에서 나는 금방 알 수 있었다.암이구나.

2. 전원 일주일 뒤 검사결과는 역시 암이었고 수술을 위해 대학병원으로 옮겼다.처음부터 분당서울대병원의 연계병원을 다닌 덕분에 모두 어렵지 않았다.

검사 결과를 갖고 가서 초진 서울대병원에서 다시 초음파검사와 채혈을 했지만 세포검사를 다시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내 혈액검사 수치상으로는 피곤한 증상이 갑상샘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응.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나는 나의 병을 빨리 알아차렸다.

3. 내시경 수술, 한쪽 절제 일반적으로 갑상샘 수술 환자는 쇄골 한가운데 수술 자국이 남아 있는데 나는 가슴이 없다.반절제 환자만 가능한 내시경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목에서 유방 위의 피부를 떼어내고 그 안에 수술기구를 넣어 수술을 진행하는 것, 수술은 더 어렵지만 환자에게 남는 눈에 보이는 수술 자국은 최소화할 수 있는 수술이다.

갑상샘 수술 후 10년, 나는 주변에 많은 갑상샘 환자를 보았지만 나처럼 내시경 수술을 한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그래서 나는 역시 운이 좋았어.

내가 말하지 않고는 아무도 나의 수술 이력을 먼저 알아챌 수 없었고 그때의 설명에 따르면 내시경 수술은 어떻게든 조건이 맞아야 가능했기 때문이다.그 조건들에 적합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부차적인 검사를 받아야 했다.

내 암의 크기는 1cm가 채 되지 않았지만 너무 빨리 발견돼 보이는 암의 크기보다 더 크게 절제하는 매뉴얼에 따라 갑상샘 반절제와 같은 쪽의 림프절이 내 몸에서 사라졌다.

4. 수술날 기억=수술 전 8시간은 물도 마시면 안 되니 물을 못 마시는 게 가장 힘들었다.전날 0시부터 줄곧 단식을 했지만 응급수술에 밀려 밤 8시 반에야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수술실에 들어가 안정제를 맞자마자 잠이 들어 버렸고 차가운 느낌과 함께 잠이 들어 깨어 보니 4시간 반이나 지나 있었다.

2시간 안에 끝났어야 할 수술이 그렇게 늦어진 것은 내시경 기계가 없었기 때문에 마취 후 잠시 기다렸다고 한다.가족들에게 수술 지연의 이유를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들은 그것을 타는 마음으로 내가 수술실을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수술 후 45시간 출혈 여부 등을 봐야 했고 잠을 자야 했지만 목 수술이라 물도 마시지 못했다.물을 24시간 이상 마실 수 없다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었다.

병실은 다른 분들이 주무시는 시간이어서 불을 켤 수 없어 휠체어를 타고 나와 복도 휴게실에서 밤을 새웠다.수술 직후 휠체어에 앉자마자 구역질이 났고, 아무것도 먹은 게 없어 물을 쏟았다.

마취를 하고 눈을 떴을 뿐인데 잠과는 다른지 너무 졸려서 어머니와 새벽을 보내기가 꽤 힘들었다.그리고 새벽 4시 5시쯤 되어서야 이제 병실에서 자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병실로 들어갔다.

수술 다음날이 내 생일이었는지 잊지 못할 생일일 줄 알았는데 오늘 진료기록을 보고 처음 알았다.싸이월드에 살았어물 먹고 싶다. 라는 글을 쓰고 누워 있는데 수술은 무사히 끝났는지 생일 축하한다는 등의 연락이 쇄도했다.

일반적인 갑상샘 수술 환자들은 목 부분에 가슴이 남아 고개를 뒤로 젖히는 행동을 하면 안 되지만 나는 내시경이라 피부가 달라 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목 스트레칭을 자주 해야 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담당 간호사와 주치의가 잘못 의사소통을 했는지 한 간호사가 고개를 뒤로 젖히면 안 된다고 해서 조금 혼란이 있었다.

어쨌든 목 스트레칭을 잘하고 목 피부는 매끈하게 붙어 있어 지금도 그 피부의 감각이 조금은 쓰리지만 누가 봐도 목 주름도 없이 잘 낫고 있다.

‘암’이라는 말의 무게 때문인지 생일에 수술을 한다는 안타까움 때문인지 병문안을 많이 와주셨다. ‘수진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찾아오는 걸 보니 인간관계가 잘 됐구나’라는 말을 들었다.

5. 내가 평생 먹는 약은 씬디로이드 0.05mg 보통 갑상샘암 수술 후 갑상샘 호르몬을 위한 약을 먹는 데 씬디록신 또는 씬디로이드를 많이 먹는다.

나는 신디로이드를 먹는데 7년 정도 같은 양을 먹다가 7년째 0.05mg으로 확 줄였다.모든 절제는 아니어서 운이 좋으면 약을 먹지 않고 살 수 있었지만 내 남은 갑상샘은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고 여러 차례 실험을 해 약은 평생 먹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오늘도 1년치 식량을 받아왔다.

6. 좋은 주치의를 만난다는 것, 수술 후 몇 년 후 주치의 선생님이 바뀌었다.수술 전이나 수술 후 나는 선생님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요즘 달라진 선생님과 진료를 받을 때마다 따뜻함을 느낀다.대부분 친절하지만 그래도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같은 종류의 질환에 대해 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설명해야 하는 외래의 특성상 다소 사무적이고 차갑기도 합니다.

현재 주치의는 지루한 기색 없이 항상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약의 용량을 바꿔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에도 선생님의 안정된 설명이 나를 안도하게 만들었다.

선생님 아시죠? 개복치라서 정말 많은 의사분들을 만났던 제가 선생님을 특히 존경한다는 것을. 그리고 선생님께 수술을 받았어야 했다고 몇번이나 생각했던 것을… (저 수술해주신 선생님 죄송합니다… 근데 좀… 차가웠어요)

수진 언니는 이제 됐어요.2021.02.18. 진료

수술 후 당분간은 반년에 한 번씩 검사를 한 듯하고 이후 1년에 한 번, 지금은 1년에 한 번 채혈과 2년에 한 번 초음파를 한다.

오늘도 뻔한 이상 없어요를 듣기 위해 진료실에 앉았는데 선생님은 제 얼굴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선생님을 좋아해서 선생님과 진료하는 시간이 좋아요.

“오늘은 안경을 안 썼네요” “아~ 안 썼다가 해요”

아까 진료기록카드를 받아 적으신 다른 선생님이 내 인사말에 히죽 웃었다.

선생님은 이제 괜찮으니 작은 병원으로 옮길 의향이 있냐고 물었다.

작은 병원으로 옮기는 것은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당장 큰 병원이 시급한 다른 환자에게 진료 기회를 다시 줄 수 있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주치의 선생님과 헤어져야 하고 약을 1년에 한 번씩 받던 것을 3개월에 한 번씩 받아야 한다.(내가 알기로는 대학병원만 1년 치 처방이 가능하다.)

포천으로 발령받았을 때 서울대병원에 오지 못해 약값을 조정하지 못한 기억이 있어 내년도 예약을 한 뒤다.

2년에 한 번씩 하는 초음파가 식상해서 이제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래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 수진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라는 말이 병원 생활에 지쳐 있는 나에게 하나라도 건강해졌다고 말해 줘서 기뻤고, 그리고 마치 그 말은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나는 어려서부터 메디컬 드라마를 무척 좋아해서 의사가 써준 수필 같은 것도 좋아해서 자주 읽는다.사람의 생명에 대해 많이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내년 진료에서는 선생님이 내 주치의니까 좋아한다는 말을 꼭 해야겠어.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까.

이처럼 1년에 한 번 있는 연례행사가 오늘도 무사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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