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정호와 뉴욕 재즈 연주자

몸집이 작은 남자가 좁은 무대 위에서 헛기침을 하고 있었다. 기타까지 한 몸에 기침을 할 때마다 떨렸다. 한동안 그렇게 기침을 내뱉던 그가 큰 기침과 함께 발성 연습을 하는가 했더니 예고도 없이 기타 몸통을 툭 치면서 민낯으로 길게 늘렸다.’가아아앙~다 가아아앙~다아, 나를 두고 뒹굴뒹굴 떠나다’ ‘이름 모를 소녀’로 유명했던 가수 김정호였다.1982년 종로2가 관철동 골목의 ‘타임(Time)’ 경양식집이었다. 송창식을 좋아했던 친구에게 끌려갔는데, 그곳에서 송창식 선생님의 무대는 볼 수 없었고 김정호와 정태춘을 만났다. 어느 정도 고향 선배로 활약하는 정태춘 선배는 노래보다는 중간에 젊은 후배와 농담을 나눈 기억만 있다.

김정호 선생님의 기침이 인상 깊었다. 이미 폐병 말기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도 그렇게 열창한다는 게 경이로웠다. 그의 작은 몸과 함께 우르르르릉거리던 기타와 헐렁했던 정장까지도. 그로부터 10년 뒤 맨해튼 재즈클럽 블루노트에서 꼬리를 두른 마침 김정호 선생 정도의 몸집이 큰 백인 트랜핏 연주자를 보며 김정호 선생을 생각했다. 연주를 하지 않을 때면 그는 축 늘어진 왼손으로 트랜핏을 간신히 떨어뜨리듯 잡은 채 오른손은 국기에 대한 경례 자세로 가슴에 단 채 어깨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러다 그의 연주 부분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힘차고 깔끔하게 트랜핏을 날려버렸다. 알코올인지 마약인지 재즈인지 그의 손을 떨게 한 것은?

아침 김도향 선생님과 최은옥이 함께한 그를 기리는 행사에 관한 기사를 보고 생각났다. 기사에서 묘사한 대로 ‘탄탄하듯 애틋하게’ 내뱉는 그의 노래를 다시 들을 생각이다.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1067433.html 김도향 최은옥 등 25일 노원문화예술회관 추모콘서트 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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